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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전성시대 누가 이끄나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2014-07-22 17: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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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전성시대 누가 이끄나  
▲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왼쪽)와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수입차가 들어온 지 27년 됐다. 수입차가 처음 들어온 1987년 벤츠는 단 10대 팔렸다. 이제 수입차는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린다.

수입차의 전성시대다.

상반기 수입 승용차의 누적 판매량은 9만4천 대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4천 대보다 26.5% 증가했다. 6월에만 수입 승용차가 1만7천 대 팔렸다. 시장점유율은 15%를 돌파했다. 사상최고다. 업계는 본격적인 수입차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을 포함한 폭스바겐그룹(람보르기니 제외)은 6월 한 달 동안 국내시장에서 6072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7%나 판매가 늘었다.

이는 쌍용차의 6월 판매량인 5157대보다 915대나 많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1월 판매량에서 르노삼성차를 앞지르기도 했다. 국내를 안마당으로 삼고 있는 국내 완성차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과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이 꼽힌다.

그들은 어떻게 수입차 전성시대를 열었을까?

◆ 수입차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

수입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연비가 좋기 때문이다. 연비는 자동차의 단위 연료당 달릴 수 있는 거리다. 자동차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에서 각각 연비가 가장 좋은 모델로 꼽힌 차를 놓고 비교하면 가솔린차의 연비는 디젤차보다 낮다. 미니쿠퍼 디젤 차는 19.4km/l고 미니 쿠퍼 가솔린차 연비는 14.6km/l로 무려 5km정도 높다.

국내 수입차는 주로 디젤차가 많다. 유럽에서 디젤차 인기가 높다. 유럽의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비율은 7대3 정도 수준이다. 유럽에서 연비가 높은 디젤차가 발달했고 이 디젤차가 국내로 그대로 들어온다.

국내 소비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신차를 살 때 연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 점이 수입차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마케팅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입차 구매 때 가장 큰 구매결정 요인으로 연비(16%)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디자인(14.6%)과 브랜드(12.6%)였다. 5년 전 연비가 다섯 번째로 꼽혔는데 인식이 크게 변한 것이다.

수입차의 가격인하도 한몫했다. 수입차 회사들은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철폐되자 차량가격을 앞다퉈 낮췄다.

한-EU FTA는 2011년 체결돼 7월 발효됐는데 수입차 관세는 8%에서 5.6%로 낮아졌다. 7월부터 한-EU FTA 2차 관세인하가 이뤄져 배기량 1500cc 이상의 관세는 2%에서 완전히 철폐됐다. 또 1500cc이하 소형 수입차의 관세도 5%에서 3.3%로 낮아졌다.

수입차 가격이 떨어지자 중산층도 수입차 구매로 눈을 돌렸다. 1990년대만 해도 수입차는 외부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갑부들이나 타는 고급차로 인식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중산층도 수입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전통적으로 국산차를 사용했던 법인의 임원 차량들도 수입차로 바뀌고 있다.

물론 한국인 특유의 과시욕도 크게 작용한다. 한국에서 수입차 구매 때 과시욕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3 세계 명품시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세계 명품시장 2170억 유로 가운데 한국은 83억 유로를 차지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중국, 프랑스 다음을 차지했다. 경제규모, 인구, 구매력을 감안하면 명품시장의 규모가 크다.

  수입차 전성시대 누가 이끄나  
▲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 김효준 BMW 대표, 위기를 성공으로 이끌다


BMW코리아는 상반기 국내에서 2만26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늘어난 것이다. BMW는 국내에서 2009년 수입차 판매 1위를 한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BMW를 수입차 1위로 만든 주역이 바로 김효준 BMW 사장이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아시아인 최초로 BMW그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자리는 BMW그룹 본사에서 이사회 멤버 바로 아래 직급이다. 80여 국에 진출한 BMW의 현지법인 대표 중 가장 높다. 전 세계 350명의 부사장 가운데 50여 명만이 수석부사장이다.

김 사장은 14년째 BMW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가 처음 BMW를 맡았을 때 판매량은 300대 남짓이었다. 그러나 2012년 3만3천 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처음 BMW를 맡았을 때 BMW는 사라지거나 축소될 위기에 몰려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자 BMW그룹 본사가 한국지사에 사업을 철수하거나 혹은 축소하라고 통보했다.

김 사장은 당시 BMW 최고재무책임자로 있었다. 그는 BMW그룹 본사를 상대로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을 대비해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오히려 역으로 제안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비용도 절감되고 경쟁사들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투자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BMW본사는 2000년 김 사장을 BMW코리아 대표이사에 임명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본사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고객과 직원에게 투자했다. 높은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BMW가 수입차 1위를 유지하는 비결로 고객중심의 경영, 사회공헌 활동, 신뢰를 기반으로 한 딜러에 대한 철저한 동기부여를 꼽는다.

김 사장은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며 어떤 업종이든 고객을 정의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해답이 보인다"고 경영철학을 밝혔다. 그는 "육군수사대도 관련 피의자와 피해자를 모두 고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깨달았다"며 "고객을 정의하려면 고객의 아이디어를 훔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객중심 철학은 독일본사에서도 배워갔다. 그는 취임 직후 손님으로 가장하고 BMW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그는 고객들을 만나 불만사항을 경영에 반영했다. 김 사장은 "고객중심의 다양한 활동이 한국고객의 마음을 움직였고 독일본사도 이런 철학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중심 철학은 베스트셀링 승용차를 낳았다. 바로 BMW520D다.

김 사장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신차를 출시했다. 그는 BMW520D를 출시할 때 파격적으로 1900만 원을 더 인하했다. 디젤세단의 높은 연비와 주행성능에 전략적 가격을 설정한 것이다.

이 모델은 2012년부터 굳건히 동급차종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모델은 국내 자동차시장에 디젤세단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또 김 사장의 영업실적을 이끈 주역이 됐다.

김 사장은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BMW가 수익만 벌어가는 외국계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 본사의 배당금으로 지급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사장은 지난 14일 드라이빙센터를 열었다. 가족단위로 전시와 체험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김 사장은 “이곳은 비록 독일이나 미국보다 규모는 작지만 안전교육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세계 최초의 자동차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BMW코리아 문화재단도 설립했다. 수입차 회사로 처음 만든 재단이다. 이 재단은 지난해 36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각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미래재단은 물론 드라이빙센터도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단순한 차를 파는 게 아니라 BMW라는 가치를 판다는 것, 한국 자동차산업과 문화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앞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세월호 성금으로 10억 원을 냈다. BMW는 외국계 회사로 유일하게 1억 원 이상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3월 납세자의 날에 모범 납세기업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BMW가 그동안 국가에 납부한 세금은 1조8천억 원 정도다.

김 사장은 특히 직접 차는 파는 딜러들이 돈을 벌어야 BMW가 한국시장에서 굳건하게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생각에 그는 2007년부터 독일본사에 요청해 그의 인사평가에 국내 딜러사의 수익성을 반영해 달라고 했다.

김 사장은 "본사와 현지법인 딜러사가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신뢰할 때 성공적인 기업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입차 부품값 의혹이 제기돼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수입차 고가부품값 의혹, 담합의혹, 이전가격 문제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5년 동안 부품가격 인상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절반 이하로 억제했다"며 "또 공임비를 객관화하기 위해 몇 개월에 걸쳐 국내 회계법인의 검증을 받고 보험사와 작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국정감사에 참석 한 뒤 의원들로부터 지적받은 대목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수입차 전성시대 누가 이끄나  
▲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 박동훈 삼성차 부사장, 폭스바겐 대중화를 이끌다

"르노삼성차는 우리만의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SM5디젤은 차급 파괴자로 자신있게 선보이게 됐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이 최근 SM5디젤을 출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르노삼성차에서 처음으로 디젤차량을 내놓았다. SM5디젤의 사전계약 대수는 열흘 동안 1500대를 넘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수입산 QM3를 내놓으면서 판매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QM3는 지난 6월까지 8466대를 팔았다. 이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순위에서 쌍용차를 제치고 탈꼴찌를 했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부터 실적개선을 보이며 탄력을 받도록 한 주역이 바로 박동훈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맡아 '골프 신화'를 써왔다. 르노삼성차가 박 부사장을 영입한 것도 폭스바겐을 성공시킨 DNA를 르노삼성차에 이식해 줄 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골프 신화를 창조했다. 골프는 폭스바겐이 2005년 내놓은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2005년 국내에서 법인으로 출범한 뒤 골프 5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폭스바겐은 1997년 철수했다가 2005년 1월 다시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박 부사장은 골프가 연비가 좋은 모델임에도 국내에 익숙하지 않은 해치백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고 봤다. 박 부사장은 골프를 저렴하게 내놓았다.

박 부사장이 골프를 내놓을 때 가격은 3천만 원이었다. 이 가격은 수입차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골프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돌파했다. 업계에서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처음 부임한 2005년 폭스바겐 판매량은 1635대였다. 그런데 2012년 판매량은 1만8395대를 기록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박 부사장이 골프 신화를 이뤘던 데 그만의 철학이 존재했다. 연비와 성능을 갖춘 좋은 차를 합리적 가격에 출시하는 것이다.

그는 주변으로부터 “남는 게 없을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골프를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폭스바겐은 박 부사장이 떠난 뒤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에 수입차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수입차 3위를 했는데 한 계단 오른 것이다.

박 부사장이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직을 버리고 르노삼성차로 이적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박 부사장은 “폭스바겐에서 내가 할 만큼 했다”며 “도전의 목적은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해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이 골프 신화를 만든 생각들은 르노삼성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르노삼성차에서도 QM3와 SM5디젤 등 디젤차량을 내놓으며 연비와 성능, 합리적 가격이라는 세 요소를 갖춘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는 "르노는 디젤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회사 중 하나인데 르노삼성은 왜 디젤을 하지 않을까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부사장이 르노삼성차에서 골프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수입차 회사는 잘 팔릴 만한 모델을 들여와 팔기만 하면 되지만 완성차회사는 다르다. 설비가동, 근로문제와 기존 차종의 판매회복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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