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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박삼구, 금호그룹 '형제의 난' 7년만에 끝내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8-11 17: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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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형제갈등이 7년만에 극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벌이고 있는 모든 법적 분쟁을 중단했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는데 돌연 화해모드에 접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찬구 박삼구, 금호그룹 '형제의 난' 7년만에 끝내나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11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낸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을 상대로 한 배임 형사소송과 박삼구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갈등을 지속하기보다 기업의 생존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경제주체간 갈등 상황이 서로의 생사 앞에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오랜 분쟁의 부담을 덜고 각자 갈 길을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를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 일을 계기로 그룹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소송 취하로 금호그룹 형제의 난에 종지부가 찍혔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화해의 길도 열린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서 의견이 갈리며 사이가 벌어졌다. 두 사람은 2009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본격적으로 갈라섰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면서 계열분리를 추진하자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꿨다. 이후 금호그룹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분리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공식적으로 남남이 됐다. 하지만 올해 1월까지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항고하면서 법적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7년이나 이어진 갈등이 단번에 봉합되기는 쉽지 않다. 양쪽이 민형사상 소송만 백 건 가까이 주고받을 정도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사이는 최악으로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형제 갈등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금호그룹은 형제간 진흙탕싸움의 수위가 유독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돌연 형제가 화해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각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마당에 소모적인 분쟁을 이어가기 버겁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시동을 걸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찬구 박삼구, 금호그룹 '형제의 난' 7년만에 끝내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당장 4천억 원 규모의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헤지펀드 자금까지 끌어모은 형편이다. 여기에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도 마련해야 해 산 넘어 산이다.

박찬구 회장 역시 올해부터 금호석유화학그룹을 계열분리해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가시밭길을 걷는 것은 마찬가지다. 계열분리 첫 해 실적이 썩 좋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영업이익은 16.1%나 감소했다. 2분기에도 주력제품인 합성고무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지난해보다 후퇴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삼구 회장은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박찬구 회장이 이를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도 금호타이어 인수를 도우면서 밀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나쁜 선택이 아니다. 금호타이어가 금호석유화학의 전방산업인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성고무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요 고객 확보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에 검찰 수사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타산지석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제 갈등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룹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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