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해상공항 건설 프로그램 매니지먼트(PM, 건설사업관리)’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가덕도신공항은 특수한 사업이다. 해상공항인 데다 공사기간이 짧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교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해상공항 건설 프로그램 매니지먼트(PM, 건설사업관리)’ 세미나 패널토론 첫 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가덕도신공항의 효율적이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한 종합건설관리 시스템 구축과 도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해상공항 건설 PM 세미나는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적 사업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올해 3월 기본계획 중간 보고회를 통해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추기 위해 기존 사전타당성 조사안과 비교해 공사기간을 6년 앞당겼다.
이에 가덕도신공항 사업과 관련 공사기간 단축 관련 ‘리스크’가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업규모가 13조7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점에서도 각 개별 사업부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과 전문조직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공항 건설사업은 대규모 토목·건축사업이 수반되고 첨단기계와 기술 연관 사업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며 “또 건설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참여주체들이 참여하는 만큼 이들 주체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가덕도신공항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개최 시기에 맞게 개항해야 하는 시기적 중요성이 있다”며 “수심 30미터 해상을 매립하는 사업방식 등 측면에서도 종합사업관리를 통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규모·복합공정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안전·품질 관리를 위한 종합건설관리(PgM)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공사 착수 이전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설사업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사업지연을 방지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종합건설관리(PgM) 제도 도입을 두고 건설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국내 대표적 건설사업관리 기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한미글로벌은 이날 세미나 발제와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한미글로벌은 현재 사우디 네옴시티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의 다양한 신도시 개발사업, 국내 하이테크 기업의 해외공장 프로젝트 등에서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을 맡고 있다. 2019년에는 페루 친체로 신공항 프로젝트 사업총괄관리 등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 개빈 스틸 터너앤타운젠트 이사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해상공항 건설 프로그램 매니지먼트(PM, 건설사업관리)’ 세미나에서 글로벌 공항 건설사업관리 사례 등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세미나 1부 발제를 맡은 개빈 스틸 터너앤타운젠트 이사는 “항공산업은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건설사업관리는 단순히 예산 등 재무적 숫자 관리가 아니라 일정과 공급망 관리, 공항의 수화물 처리 시스템과 시설 등 모든 핵심 자산 관리 전반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터너앤타운젠트는 영국 건설사업관리 기업으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국제공항, 아부다비 국제공항, 두바이국제공항, 영국 런던 히드로국제공항 등 대규모 공항프로젝트의 건설사업관리를 수행했다. 한미글로벌과 2010년부터 합작기업을 운영하는 등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경태 한미글로벌 전무는 전체 프로젝트의 품질과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이 건설사업관리의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건설사업관리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별 프로젝트의 최적화가 전체 프로젝트의 최적화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업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가덕도신공항처럼 공기단축 등 문제에 따른 여러 파생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개별 프로젝트 성과보다 통합적 관리를 통한 전체 성과도출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이복남 교수 역시 “가덕도신공항은 공기단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설계변경의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건설사업관리를 포함한 발주자 중심의 통합조직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동의했다.
반면 종합건설관리의 업무내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해상공항 건설 프로그램 매니지먼트(PM, 건설사업관리)’ 세미나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홍복의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서기관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서 종합건설관리 시스템과 조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건설사업관리도 도급계약으로 진행될 텐데 과업내용을 어떻게 설명할 건지, 또 발주를 통해 계약을 맺을 때 실적과 참여기술자의 자격 등 계약당사자의 자격요건을 어떻게 만들 건지 등 기준이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종합건설관리 관련 예산을 어떤 수준으로 정해야 적정한지에 관한 내용도 언급됐다.
가덕도신공항 종합건설관리 관련 조사용역을 맡고 있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업관리 업무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한 어려움과 함께 어떤 수준이 적정한 대가이냐, 예산 배정 관련 문제도 논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업관리를 적용한 사업을 여럿 수행해봤는데 건설사업관리 도입이 ‘만능키’는 아니다”며 “발주자 조직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부분적으로 건설사업관리 인력 등을 도입하면 된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건설관리학회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후원했다. 세미나에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학회,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건설, 토목기업 임원, 건설사업관리분야 콘테크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6월 부산시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보상업무에 관한 위·수탁 협약을 맺으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을 위한 사전절차를 본격화했다.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막바지 단계다.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은 올해 8월 기본계획 확정안을 발표하고 2024년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