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지금 ‘대수술’ 중, 계열사 조직개편에 담긴 이재현의 의중은

▲ CJ그룹 계열사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최근 한 달 사이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를 중기비전 실행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조직 재정비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듯한 조직개편이 CJ그룹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CJ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반적으로 경영성과가 미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23년을 중기전략을 실행하는 원년으로 삼은 만큼 조직 재정비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CJ그룹 주요 상장회사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J제일제당은 식품 국내사업의 판매량 부진과 그동안 효자노릇을 했던 바이오 부문의 업황부진에 원가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하반기 반등을 기약하고 있다.

CJENM은 지난해 4분기 시작된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적자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JCGV는 채무상환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을 정도로 재무적 부담이 큰 상태다. 

그나마 CJ대한통운과 CJ프레시웨이 등이 안정적인 실적을 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정도다.

계열사들의 실적 하락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그룹 경영전략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략기획 조직에 손을 댔다.

CJ그룹 지주사 CJ는 7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실시했는데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의 의사소통구조를 효율화 한 점이 눈에 띈다.
 
CJ그룹은 지금 ‘대수술’ 중, 계열사 조직개편에 담긴 이재현의 의중은

▲ 사진은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0월 CJ그룹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 CJ >


CJ의 기존 조직구조는 김홍기 CJ 대표이사 아래에 전략기획그룹, 사업관리그룹 등 2개 그룹과 마케팅·인사지원·재경 등의 부속실이 있었는데 전략기획그룹 편제를 없애고 그 산하조직인 전략기획실과 미래경영연구원을 김홍기 대표 직속조직으로 붙인 것이다.

CJ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지주사의 조직개편을 실시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CJ의 조직개편은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CJ그룹 계열사들의 조직개편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 달 사이 CJ대한통운, CJENM 등 CJ그룹 주요 계열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주로 사업 효율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이 맞춰진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CJ 관계자는 “계열사의 조직개편은 그룹에서 제시한 경영 방침에 따라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필요성을 판단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의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이 회장의 의중은 CJ대한통운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10일 사업조직을 ‘한국사업’, ‘글로벌사업’ 등 지역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택배, 글로벌, 계약물류(CL) 등의 3개 사업 부문으로 큰 변동없이 유지됐던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다양한 배송 요구에 맞춰 육·해·공 운송수단을 결합한 일괄 물류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초국경택배(CBE), 2차전지, 방산물자 수송 등의 글로벌 사업 신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조직개편이었다.

물론 CJ대한통운은 2013년 4월 CJ그룹에 통합된 이후 10년 동안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CJ대한통운의 연간 매출은 8조 원 이상, 연간 영업이익은 3500억 원가량 늘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CJ대한통운의 성장성을 놓고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 당시 10만 원 안팎에서 형성됐던 주가는 올해 7월 10년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역시 주가 하락을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강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며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CJENM도 플랫폼 사업성장을 위한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CJENM은 지난달 말 김지원 엠넷플러스 사업부장을 영입하며 엠넷플러스 사업부를 구창근 대표이사 직속으로 옮겼다. 지난해 론칭한 팬덤 플랫폼 ‘엠넷플러스’의 성장을 위해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한 CJENM에는 구조조정이 이미 이뤄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CJ그룹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 당시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구 대표는 증권사 연구원 출신으로 CJ그룹 내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구 대표는 올해 초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조직을 통합해 기존 9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 개편한 뒤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CJENM은 의사소통 구조를 효율화한 것이라며 조직개편의 목적을 설명했지만 구 대표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일부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CJENM의 흑자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계열사 티빙과 피프스시즌이 하반기에도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일 펴낸 종목보고서에서 “미국 작가조합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 피프스시즌의 제작 일정에 차질이 예상돼 납품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티빙은 구독자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부담을 아직까지 상쇄하기 어려워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다”고 봤다.
 
CJ그룹은 지금 ‘대수술’ 중, 계열사 조직개편에 담긴 이재현의 의중은

▲ CJ그룹 지주사 CJ는 7일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전략기획그룹 산하의 전략기획실과 미래경영연구원을 김홍기 대표이사(사진) 직속 조직으로 옮겨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이외에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말 글로벌 조직의 기능과 역할의 범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조직명을 모두 영문으로 교체했다. 이는 글로벌 사업 가속화의 일환으로도 여겨졌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지난해 11월 FNT 사업부문을 신설해 대체단백·배단백·미래식품소재·영양솔루션 등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나선 상태다. 

CJ그룹은 지난달 20일 계열사 CJCGV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그룹사 전반으로 우려섞인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CJ그룹의 시가총액은 올초 약 16조5천억 원에서 이달 초 12조 원까지 줄어들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