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종합 방산업체의 면모를 갖추로 세계 무대에서 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서 면모를 갖추고 세계 무대에서 통합된 방산역량을 과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사업의 큰 고객인 폴란드에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게 된 만큼 이 기회를 살려 대규모 일감을 따내며 통합방산체제에서 의미 있는 첫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10~15일 리투아니아·폴란드 4박6일 순방 일정에서 안보협력이 중요한 의제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정상외교 활동과 함께 방산 세일즈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의 순방 전반부인 리투아니아 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미·유럽 등 서방세력의 군사동맹이란 점을 고려하면 애초 안보협력 성격이 짙은 국제 외교 무대인 셈이다.
후반부인 폴란드 국빈방문 일정은 인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초청하며 성사됐다.
국빈 방문 기간에 한국·폴란드 정상회담뿐 아니라 한-폴란드 비즈니스포럼, 우크라이나 재건협력을 위한 기업간담회, 현지 진출 기업 간담회 등 경제행사도 진행되는 만큼 두 나라 사이 경제·안보 협력을 한 단계 공고히 하면서 무기 수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정부는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가장 큰 고객 가운데 한 곳이다.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서유럽과 러시아의 가운데에 놓여 있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된다. 방산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도 폴란드와 마주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가 느끼는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러시아 내부로 무장반란을 일으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이동한 뒤 폴란드에서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 병력을 보강한 일도 있었다.
바그너그룹이 지속적으로 유럽 내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바그너그룹의 활동 반경과 맞닿아 있는 폴란드의 안보 위협은 이전보다 가중될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폴란드의 지정학적 긴장이 한화그룹에게는 사업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통합방산체제를 갖춘 뒤 의미 있는 첫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폴란드는 한화그룹이 만든 무기를 사는 ‘큰 손’ 고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폴란드정부와 K9자주포(3조2038억 원)와 다연장 로켓 ‘천무’(5조 원) 등의 공급계약을 맺으며 8조 원이 넘는 일감을 따냈다.
한화그룹으로서는 올해 통합방산체제 구축을 완료한 만큼 기존 고객인 폴란드에서 한층 강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더 많은 양질의 수주 성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올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 등 그룹 내 방산3사 통합을 완료한 뒤 5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매듭 지으며 육·해·공 통합방산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된 방산역량을 갖추게 된 만큼 김동관 부회장도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이전보다 더 많은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수함은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를 계기로 새롭게 도전해 볼만한 분야로 꼽힌다. 현재 폴란드군은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어 유럽 밖의 사업자들도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폴란드 방산전문지 디펜스24에 따르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유럽뿐 아니라 그 너머의 파트너들도 초대하고 싶다”며 입찰 대상을 유럽 외 지역을 포함해 폭 넓게 물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은 상선 외에도 군용 선박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잠수함 건조 경험이 많은 편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을 이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도 지닌다.
한화오션은 SLBM(잠수함발사 탄도유도탄) 수중사출 시험평가에 성공한 이력도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춘 사례다.
이런 한화오션의 잠수함 건조 역량에 한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해지는 만큼 기존 고객인 폴란드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활동을 원활하게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환 SK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방산부문에 유일하게 빠졌던 해상·해저 분야가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채워지며 전반적 수주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오션의 시너지를 통해 강점인 잠수함·함정 등의 수주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가 정부를 상대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상회의 같은 정치 이벤트는 수주를 따낼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영리추구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이어온 만큼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수주 성과를 낸다면 육·해·공 통합방산체제를 구축한 뒤 나오는 첫 성과로서 의미도 클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오직 한화만 할 수 있고 한화가 해야만 하는 지속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나가자“며 ”우리가 오랜 시간 책임감으로 키워온 방산, 에너지 사업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반드시 자립이 필요한 사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4월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 3사 통합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