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내세운 안전관련 각오들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장에서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DL이앤씨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안전경영책임자(CSO)를 3명을 둔 건설사다. 안전보건 목표도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 작업장 조성’을 내걸었지만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마 대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DL이앤씨 중대재해법 뒤 사망사고 잇따라, 마창민 안전대책 마련 절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내세운 안전관련 각오들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DL이앤씨의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조사하고 7월 중에 DL이앤씨의 모든 시공 현장에 일제 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DL이앤씨 경기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기계를 받치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중국 국적 노동자 A씨(52세)가 기계에 깔려 넘어져 철근에 머리를 부딪쳤다. A씨는 응급 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분기 들어 10대 건설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5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서 “(DL이앤씨는) 시공능력평가 3위 업체로 중대재해 예방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사고 책임을 엄중히 묻고 안전보건 경영·문화가 정착할 때까지 개선 결과를 지속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2022년 1월27일 이후 중대재해가 5건 발생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사망사고가 사장 많았다. 2021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2021년 10월 고속국도 제29호선 안성-성남 건설공사 제9공구에서 부딪힘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후 2022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현장에서 전선 드럼에 근로자가 맞아 숨졌으며, 4월에는 경기 과천에서 노동자가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이어 2022년 8월 경기 안양에서도 펌프카 붐대에 노동자가 맞아 2명이 숨을 거뒀다.

마창민 대표는 세 건의 사망사고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마 대표는 지난해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예산증액, 관리 인원 파견,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에도 사고는 발생했다. 국정감사 출석을 4일 앞두고 2022년 10월20일 크레인 지지대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국정감사 이후인 27일 결국 숨졌다. 

국정감사 기간 사고를 제외하면 마 대표의 국감 출석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사망사고가 난 것이다. 마 대표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때 사망사고가 발생해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인데다 건설공사 성수기인 3분기에서 4분기 초중반까지 다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DL이앤씨 중대재해법 뒤 사망사고 잇따라, 마창민 안전대책 마련 절실

▲ DL이앤씨 안전보건 조직도. < DL이앤씨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마 대표는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한 만큼 올해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안전경영책임자(CSO)도 겸하고 있는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DL이앤씨는 최고안전경영책임자가 3명이나 있지만 중대재해 대처와 관련된 전략운용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DL이앤씨는 마 대표와 유재호 플랜트사업본부장, 권수영 토목사업본부장이 나눠 최고안전경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마 대표가 주택사업본부장 최고안전경영책임자를 맡고 사업본부별로 이해도가 높은 실무진에게 안전관리 역할을 맡겨 안전보건 목표로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 작업장 조성'을 추진해 왔다.

최근 내놓은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DL이앤씨는 2022년 1월부터 최고안전경영책임자 체계로 안전조직을 개편하고 사업본부별 안전보건 방침 및 이행계획을 수립해 이를 개선하고 있다. 마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최고안전경영책임자는 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진행하며 안전관리체계를 공고히 해왔다. 

DL이앤씨는 2022년 8월부터 구성원의 안전역량 향상을 위해 안전교육운영팀을 신설하고 전문적 안전교육도 확대했다. 현장소장 발령자 및 관리감독자, 신규 안전보건 관리자, 본사 안전부서 근무자, 협력사 작업반장·신호수 등 계층별 교육을 진행했다.

한편 마 대표가 2024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받게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5월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6974억 원) 등을 수주하며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보수적 수주기조와 건설업계 최고 재무구조를 단단히하며 안정적으로 DL이앤씨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DL이앤씨의 실적이 지속 하락하고 있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연임 여부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마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 안전보건방침란에 “해야 할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작업장 조성이라는 방침을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고 안전보건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며 이행상태에 대한 주기적 검토를 통해 안전보건경영체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