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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체제의 대우조선해양, 존립위기에 몰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8-05 15: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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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체제의 대우조선해양, 존립위기에 몰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성립 사장과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했다.

남상태와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임 경영진의 부실경영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기도 힘든 마당에 정성립 사장체제의 경영진마저 분식회계를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대주주 아래에서 사실상 분식회계로 버텨왔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선업계가 온통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 파묻혀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존립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12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정성립 사장의 운명도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김 부사장 선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끝난다 해도 경영정상화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데 만약 정 사장까지 수사가 확대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미칠 파장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정 사장은 지난해 수조 원의 손실을 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고 노조의 파업을 저지하고 선주들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내는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달 4일 새로운 대우조선해양으로 거듭나기 위한 쇄신계획을 발표했다. 8대 쇄신플랜에 비리행위 일벌백계, 윤리쇄신위원회 가동 등 과거 비리와 결별하고자 하는 내용이 가장 먼저 담겼다.

하지만 이런 쇄신의지가 이번 분식회계 혐의로 무색해졌다. 더욱이 정 사장도 검찰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재호 전 사장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됐는데 분식회계 사실은 인정했지만 회계지식이 부족해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 전 사장의 경력과 학력 등에 비춰 회계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핵심보직을 거쳤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정 사장도 대우조선해양에 오래 몸담았고 2014년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더욱이 정 사장이 지난해 내부실사를 지시해 부실을 파악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분식회계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사장체제에서도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은 대우조선해양의 존립 자체를 흔들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격의 강도가 크다.

이번 분식회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을 더욱 옥죄게 할 수 있다.

  정성립 체제의 대우조선해양, 존립위기에 몰려  
▲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김열중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정성립 사장은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으로 한배를 탔다.

두 사람은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을 밝혀냈는데 당시 드러난 손실 규모는 5조5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과거 부실과 결별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지난해 회계결산을 하면서 또다시 12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이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심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이 끊이지 않도록 회계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한다. 이는 곧 대우조선해양이 회계를 꾸며내지 않으면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분식회계는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한다. 정상화가 어려운데도 계속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과거 STX조선해양과 비교하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유동성 위기에 처해 산업은행 주도로 자율협약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채권단이 4조5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자율협약기간 동안 STX조선해양은 자본잠식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의 잘못된 판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구조조정 시기도 놓친 꼴이 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진행될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주도권도 뺏길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업계 차원의 통합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조선업 재편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식회계와 더불어 컨설팅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은 태풍 앞의 촛불 격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매출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알짜 사업부인 특수선사업을 떼내기로 결정했다. 이번 분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정부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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