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대인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023년 4월17일 본사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경영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생존에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지역 금융그룹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3월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빈 회장은 취임 뒤 100일 동안 계열사 사장 대부분을 교체하고 지주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BNK금융그룹 전반의 혁신을 위한 전열 정비에 힘을 쏟았는데 앞으로 그룹 경영에서 본격적으로 ‘
빈대인 색깔’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BNK금융지주에 따르면 빈 회장은 24일로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다. 빈 회장은 3월17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올랐다.
빈 회장의 취임 100일 기념행사는 따로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빈 회장은 취임 초반에는 김지완 전 회장의 이른 퇴임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의 새 틀을 짜는 데 집중했다.
BNK금융그룹은 김 전 회장의 사임 과정에 부산상고와 동아대, 부산대 등 ‘내부 파벌’이 큰 영향을 줬다는 말도 있었던 만큼 인사 문제 등 조직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였다.
당초 빈 회장이 선임된 배경으로 파벌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꼽는 시선도 금융권에 적지 않았다. 빈 회장은 부산 동래원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성대에서 법학과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아 특정 파벌로 분류되지 않았다.
빈 회장은 부산은행장일 때에도 취임 초반에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그는 2018년 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에게 외형적 성과를 뒤로 돌린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라며 “하지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NK금융그룹은 빈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자회사 9곳 가운데 5곳의 대표가 바뀌었는데 특정 출신학교에 치우치지 않게 인재가 고르게 중용되면서 그룹 내 분위기도 크게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성빈 부산은행장과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은 동아대학교를 나왔고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부산대학교를 졸업했다. 강상길 BNK신용정보 대표이사 사장은 부산상고를 나왔다.
빈 회장은 지주 조직개편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BNK금융그룹은 먼저 ‘신성장사업단’을 신설했다. 신성장사업단은 신사업 분야 발굴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적 제휴 추진 등 미래성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회장 직속으로 ‘디지털혁신위원회’도 새로 만들었다.
디지털 혁신은 특히 빈 회장의 관심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빈 회장은 부산은행 부행장 시절 디지털 금융 관련된 기술 개발과 사업화 등을 총괄하는 미래채널본부장을 맡은 적이 있고 지방은행 최초의 모바일앱인 ‘썸뱅크’ 출시도 주도했다.
빈 회장은 조직 정비를 어느 정도 끝낸 만큼 앞으로는 본인만의 경영 색깔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는 세계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외형 성장보다는 리스크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빈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 경색에 따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발생, 충당금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예상 실적은 당초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여건과 금융환경의 어려움이 계속돼 BNK투자증권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긴축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은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5월 중순 빈 회장과 디지털 담당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열고 그룹의 주요 디지털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부에 맡겼던 플랫폼 운영 등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략 사업에서 자체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빈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는 해외사업 확대에도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
BNK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은 최근 중국 현지 상업은행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으며 해외사업 확대 기반을 다지는 데 분주하다.
상생금융 확대도 빈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긴축 경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상생 사업’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 회장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계열사 은행의 IT(정보기술)를 통합하면 1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전산 통합과 관련한 규제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 회장은 올해 1월19일 BNK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돼 3월17일 취임했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