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3-06-12 16: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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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책임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사회에서 국민연금은 이제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사회보장제도다.
국민연금이 본연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기금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수익을 내지 못해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미래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연기금은 이미 존재 가치를 잃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국민연금이 왜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책임투자를 해야 할까?
단순히 옳은 일 혹은 지구를 위한 일이라는 이유를 들기에는 국민연금이 수행해야 할 역할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회ESG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옳은 일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책임투자는 국민연금 운용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대형 투자자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삶 전반에 걸친 변화를 불러올 사안인 만큼 자본시장에서도 당연하게도 이에 발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기금 관련 정책 방향에서 수익성을 기본으로 두는 김 의원의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과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할 때도 수익성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자 곳곳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거나 연기금의 독립성, 수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 여러 차례 공개된 발언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연금 자본주의’”라며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수익을 최대로 올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의 운용 상황,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상황을 놓고는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김 의원은 "당시에 한 번에 급격하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게 아니라 연도별 이행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후에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전 직장을 상대로 국정감사 같은 자리에서 비판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래 의도와 다르게 이용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민영화된 공기업인 KT나 포스코에 국민연금의 최근 의결권 행사를 보면 오히려 정권에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원칙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보다 오히려 후퇴한 듯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논의된 계기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투자의 후퇴는 결국 국민 전체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지만 정치적 외압에 따라 결국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논란 가운데 핵심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외압으로 국민연금이 스스로 손해 보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자본의 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해외 연기금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기초체력이나 여러 가지 다 좋은데 정격유착이 문제’라고 지적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 자본시장 및 산업계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정치 혹은 경제 권력의 영향에 따른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후퇴가 궁극적으로 수익성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미국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법, 탄소국경조정제도,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둔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도 세계의 흐름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은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로 탈선탄 선언은 했지만 후속 움직임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고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지지 선언도 아직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요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것이 이제는 세계적 표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연금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제라도 영향력에 걸맞게 책임있는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주 의원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제16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김성주 의원 블로그 갈무리>
국회ESG포럼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기업의 경영원칙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자리잡도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2021년 3월 출범했으며 국회의원 58명과 기업, 금융기관, ESG 관련 단체 등 128곳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 토론회 등을 열며 ESG 관련 법과 제도,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아 당내 정책 활동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소속위원회는 정무위원회이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다.
지역구는 전북 전주시병이다.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제16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김 의원이 이사장을 맡았던 2018년 11월에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하는 책임투자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68조 달러, 우리 돈 9경 원의 자산 보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행동 100+’란 이름으로. 캘퍼스, GIC 등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도, 규모도 다른 투자자들이 연합해 ‘기후행동’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기후재앙이 더 커지면 혹은 탄소중립 압박으로 산업 지형이 달라지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올 9월부터는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 즉 스튜어드십 활동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선도하는 국내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전한다. 아울러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사와 포럼 안내는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