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회 '망 이용료' 간담회, 참석자 다수 의견은 인터넷망 이용료 부과

▲ 망 이용료 논의를 위한 간담회가 6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망 이용료 법안 논의 재점화를 위한 장이 되길 바란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망 이용료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망 이용료 입법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망 이용료’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 사업자(CP)가 SK텔레콤 같은 통신사업자(ISP)의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이다.

이미 국회에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이용료 지불을 뼈대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여야 의원 발의로 7건이나 나와 있다. 그러나 구글, 트위치 등 콘텐츠사업자들이 망 이용료가 도입되면 한국의 창작자와 인터넷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해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료 논의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당연하며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부당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망 이용대가 글로벌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망 이용료 논란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망 이용료 입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산업의 비용을 나누는 문제라고 바라봤다. 국회에서 논의하는 망 이용료 입법이 일방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을 편드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변 의원은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사업자별 인터넷 트래픽을 보면 구글이 28.6%로 국내 일평균 트래픽양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제적 과점기업 위치에 있는 콘텐츠제공 사업자는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사업자, 망 사업자, 이용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망 이용료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망 이용료를 통해 콘텐츠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트래픽이 차라면 네트워크는 도로와 같고 차가 많아지면 도로도 넓어져야 한다”라며 “콘텐츠사업자와 통신사업자는 상호보완적 관계인데 콘텐츠 양과 네트워크 인프라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의 공정기여법(Fair Contributions Act), 유럽연합의 기가비트 인프라 구축 법안 (Gigabit Infrastructure Act) 등의 사례를 들어 망 이용료 입법 논의는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짚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인터넷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인터넷 초창기에 규정된 용어 및 개념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공감대를 얻었다.
 
[현장] 국회 '망 이용료' 간담회, 참석자 다수 의견은 인터넷망 이용료 부과

▲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망 이용료 간담회 발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 교수는 “과거 인터넷 생태계와 현재 인터넷 생태계는 과거보다 수직적으로 변했다”며 “과거에 규정했던 규범적 개념들이 현실에 맞지 않다면 새로운 규범과 용어를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교 교수도 “인터넷이라는 광범위한 존재의 실체를 규정할 수 없는데 우리는 추상적 망과 개별적 망을 혼돈해서 인식한다”며 “개별 단위 네트워크(망)은 민간 사업자가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망 이용료 지불을 반대하는 근거로 ‘망 중립성’을 내세우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망 중립성이란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고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생태계 운영 규범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높이고 인터넷·콘텐츠 산업 성장과 이용자 후생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망 이용료 부과에 반대하며 2022년 9월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이 단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글 코리아와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10억 원 넘게 후원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교수는 “망 중립성이 인터넷 생태계 운영에 중요한 원리지만 돈을 내지 말라는 원리가 아니다”라며 “망 중립성 개념을 처음 내놓은 팀 우(Tim Wu)라는 학자도 중앙정부의 법적의무, 네트워크 손상방지 등 망 중립성 적용 예외사유를 이미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 중립성 개념에 따라 차별금지를 지향해야 하지만 이를 근거로 망 이용료를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바라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소송 결과가 향후 논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넷플릭스가 2020년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뒤 두 기업은 지금까지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채무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만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급액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최종 소송결과에 따라) 이용조건과 대가에 관한 후속논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두 기업의 망 이용료 관련 소송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는 2021년 6월 1심에서 패했지만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사업자간 인터넷 직접 상호접속 형태인 ‘피어링’은 ‘무정산이 원칙’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규제와 관련해 정부 태도나 여론 지형이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미국 국빈 방문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을 만나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으면서 망 이용료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서랜도스 CEO는 20일 방한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 디지털혁신과 미래포럼이 주최했으며 윤영찬,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해 논의 내용을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