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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K금융 에필로그②] 미처 담지 못한 현장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재원의 말말말

이한재 차화영 조승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6-0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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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에필로그 글 싣는 순서
① 금융강국으로 가는 길, 아세안루트 개척 인내가 필요하다
② 미처 담지 못한 현장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재원의 말말말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는 창립 10주년 기념 ‘다시뛰는 K금융’ 취재를 위해 5월9일부터 26일까지 약 3주 동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며 50여 명의 국내 금융사 현지 주재원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 안에는 K금융 최선에 서 있다는 자부심과 미지의 땅을 헤쳐 나가는 개척자로서의 기대감,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딛는 불안감, 차별화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공존하는 동시에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많은 법인장과 지점장, 주재원들이 한국에서 사람이 오면 무조건 반갑다며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들의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다시뛰는 K금융 에필로그②] 미처 담지 못한 현장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재원의 말말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도로. 출퇴근 시간이면 사진 속 모습과 달리 심각한 교통체증이 벌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에서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한국 뉴스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 여기 뉴스만 챙겨 보기에도 바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은행 법인장에게 한국의 CFD(차액결제거래) 이슈를 얘기해주자 돌아온 말, 인도네시아 역시 다른 아세안 국가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입김이 센 곳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현지 주요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주요 뉴스를 꿰고 있는 것이 필수라고. 특히 인도네시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3선 금지 규정에 현직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출마가 개헌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정치 이슈들이 대화의 주된 소재가 될 때도 많다고 한다. 또한 현지 뉴스를 챙겨보는 건 현지 언어를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래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은행 주재원은 시내에서 차가 너무 많이 막힌다는 하소연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도네시아 시내는 넘쳐나는 차들과 오토바이로 출퇴근 시간 때면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시내 일부 도로에서는 요일에 따라 차량을 통제하는 홀짝제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그래도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맞아 자카르타에 지하철이 뚫리면서 교통상황이 한결 나아졌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 맞춰 지하철 개통을 준비했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려 실제 개통은 2019년에 이뤄졌다고. 지하철 개통과 함께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고젝’이 크게 활성화한 점도 교통체증 해소에 일정부분 도움을 줬다고 한다. 고젝은 쉽게 말해 오토바이 택시인데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초록색 고젝 헬멧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차가 그렇게 막혀도 운전자들은 경적을 거의 울리지 않았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끼어들면 대부분 양보하는 여유도 보였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그곳 말로 ‘띠다빠빠(Tidak apa apa)’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 말로 ‘괜찮다’는 뜻인데 그들은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고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넘어가는 성향이 있다고.)

“요즘 한국에서 인도네시아가 많이 뜨고 있나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은행 주재원이 요즘 들어 한국에서 손님들이 부쩍 많이 오고 있다며 한 질문, 비즈니스포스트가 인도네시아를 찾은 5월 둘째 주만 해도 ‘K파이낸스위크 인 인도네시아2023’ 참석을 위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7명의 금융사 CEO가 인도네시아를 찾았고 그 다음 주인 5월 셋째 주에는 매일경제신문이 주체한 매경포럼이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주재원들은 포스코 코로나19 이후 아세안 내에서 부쩍 높아진 인도네시아의 주가를 크게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주재원의 주된 업무 중 하나다.)
 
[다시뛰는 K금융 에필로그②] 미처 담지 못한 현장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재원의 말말말
▲ 베트남 호찌민 밤 거리 모습. 여느 아세안 국가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가 주된 이동수단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올해 경기 전망 어둡다는 베트남

“베트남 사람이 은행에 제 발로 걸어들어 와서 예금하겠다고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지점장이 개인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들려준 말, 베트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현금을 선호해 은행에 돈을 맡기기 보다는 집안에 금고를 두고 현금을 넣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돈을 맡길 은행을 찾는다 해도 외국계 은행보다는 베트남 현지 은행을 선호한다고.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외국계은행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2%대에 그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재원들이 현재 소매영업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한국계 금융사 주재원들은 베트남의 주력 소비층인 젊은층이 주로 모이는 쇼핑몰이나 대학교 등을 찾아가 영업활동을 펼치고 페이스북 등 SNS 홍보를 강화하며 개인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들어 베트남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 모두가 올해는 정말 쉽지 않다고 여기고 있을 겁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지점장에게 올해 실적 전망을 묻자 한숨을 쉬며 꺼내놓은 말,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글로벌시장의 전반적 수요 위축은 제조업 중심의 베트남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만 봐도 베트남 경제는 3%대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2020년 1분기를 빼면 최근 1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국에서는 베트남 경기가 계속 고속성장을 해온 만큼 이곳에 진출한 금융사도 쉽게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선입견과 싸우는 것도 주재원들의 부담이라고 한다.)

“베트남에 온 지는 3개월이 넘었지만 금융당국에서 기관장 승인을 받은 지는 2주밖에 안 됐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은행 지점장이 현지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를 이야기하며 들어준 사례, 이번 아세안 출장 기간 다수의 주재원에게 금융산업을 담당하는 현지 정부부처의 막강한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금융산업 관련 기능을 합쳐놓은 듯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특히 인적 규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재원들이 많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년 넘게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린 법인장도 있고 결국 승인을 받지 못하고 돌아간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은행산업은 각 나라의 돈줄과 연결되는 만큼 제조업 등 일반산업과 비교해 더욱 강한 규제를 받는다.)
 
[다시뛰는 K금융 에필로그②] 미처 담지 못한 현장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재원의 말말말
▲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모습. 건설 중인 건물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주재원의 기본적 인프라 시설이 필요한 캄보디아

“캄보디아 공무원들은 ‘어드바이스’라는 말을 사용하면 좋아합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법인장이 아세안에서 해외사업은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며 귀띔해 준 말, 캄보디아 금융당국과 사업 논의를 할 때 일부러라도 ‘조언 좀 해달라’며 낮은 자세를 취하면 상대 공무원이 으쓱해하며 이것저것 많이 알려준다고 한다. 이는 실제 사업 성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 역시 캄보디아에서 공무원의 높은 위상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이 법인장은 한국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금융사라도 아세안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해외 주재원이 지녀야 할 주요 덕목으로 '겸손'을 꼽았다.)

“현지 한인병원이 없어 아프면 일본종합병원을 찾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주재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인프라 진출 상황을 설명하며 해준 말, 한국에서 받은 종합검진에서 문제가 나와도 캄보디아로 돌아오면 한인병원이 없어 추적검사도 쉽지 않다고. 반면 일본은 캄보디아에 오랜 기간 진출해 현지에 종합병원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한 법인장은 여기 주재원들은 한인병원이 없어 코로나 백신을 프랑스에서 세운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맞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캄보디아는 한때 프랑스 보호를 받았고 일본의 경제 지배 아래 놓여 프랑스와 일본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다. 한국은 병원뿐 아니라 교육적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어 2019년에서야 수도 프놈펜에 한국국제학교가 세워졌다고 한다.)

“해외사업을 너무 단기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법인장이 한국은 해외사업에서도 단기 성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해준 말,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가 해외진출에도 녹아 있어 해외사업의 호흡이 너무 짧다는 것. 한국에서는 해외기업을 인수만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자금을 투입하면 금방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기회가 있는 곳이면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만큼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 해외사업일지도 모른다.) 이한재 차화영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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