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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기아차 SUV 전문회사로 바꿀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07-31 04: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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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기아차 SUV 전문회사로 바꿀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자동차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문회사로 바꿀까?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된 지 20여 년이 다 돼가지만 기아차는 현대차의 동생 혹은 현대차의 2군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현대차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브랜드 N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 회장이 기아차도 현대차와 차별화를 통해 SUV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 기아차, SUV 덕분에 승승장구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이 기아차를 SUV 전문회사로 만드는 결정을 할지를 놓고 기아차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가 현대차와 차별되는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 SUV 전문회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전통적으로 SUV를 포함한 RV(레저용 차량)에 강세를 보였는데 최근 몇 년 동안 SUV시장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자동차 상품성·디자인 만족도 조사'에서 기아차는 대중 브랜드 21개 가운데 3위에 올라 현대차를 제쳤다. 기아차의 약진은 물론 SUV가 이끌었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20% 이상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2014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차가 상반기 판매한 차종 가운데 RV가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 이르렀다. RV 판매가 확대되면서 내수에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상반기 216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2320만 원으로 높아졌다 수출 기준 평균판매단가도 지난해 상반기 1만3800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만4천 달러로 올랐다.

기아차는 쌍용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R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해 니로가 가세하면서 니로-스포티지-쏘렌토-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미니밴 카니발과 카렌스까지 더하면 모두 6종에 이른다.

이런 라인업은 대부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니로는 친환경차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시장에 안착했고 쏘렌토는 싼타페를 제치고 상반기 SU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아차가 내놓은 세단은 현대차 세단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다.

  정몽구, 기아차 SUV 전문회사로 바꿀까  
▲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K3보다 아반떼가, K5보다 쏘나타가 훨씬 잘 팔린다. K7의 경우 판매이 많지만 경쟁차종인 그랜저가 나온 지 5년이 넘어 노후화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신형 그랜저가 하반기 나온다면 K7의 판매량도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플래그십 세단 K9의 판매량은 올해 들어 한 달 평균 250여 대로 매우 초라하다. 반면 플래그십 SUV 모하비는 한달 평균 1500여 대나 팔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 세단들이 현대차 세단과 경쟁에서 밀려 존재감이 미미한 반면 SUV들은 현대차 SUV보다 잘 팔리고 있다”며 “현대차와 차별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 볼 때 기아차를 아예 SUV 전문회사로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디자인만으로는 차별화에 한계

기아차가 차별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동안 계속 나왔다. 현대차가 만들지 않는 차종 생산에 특화해 ‘서로 다른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뚜렷하게 소비자에게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자동차기업이 다른 자동차기업을 인수하면 이런 전략을 선택한다. 대표적 기업이 일본 토요타다. 토요타그룹의 다이하쓰는 주로 경차나 소형차만 생산한다. 히노자동차는 버스와 트럭에 집중한다.

정몽구 회장의 기아차 인수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많은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협업을 통해 세계 5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기아차를 인수한 뒤 두 회사를 놓고 차별화를 추진하기보다 양적 성장에 주력했다.

정 회장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추구했다. 기아차를 현대차에 합병하는 대신 독립된 기업으로 두고 두 회사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높였다. 자동차 개발과 생산의 상당부분을 공유하며 비용도 아꼈다.

그 결과 글로벌 5대 자동차회사로 성장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 라인업이 갈수록 겹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준준형 세단부터 대형 세단까지 라인업이 겹친다.

SUV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가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한다. 이 차량들 대부분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해 디자인만 다를 뿐 성능도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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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오른쪽 두번째) 기아차 사장과 김창식(왼쪽 두번째) 기아차 부사장이 지난 3월29일 서울 W호텔에서 열린 니로 신차발표회에서 모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판매량은 대부분 현대차가 내놓은 차종이 앞선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현대차의 동생, 현대차의 2군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현대차가 먼저 새로운 부품을 사용한 신차를 출시한 뒤 기아차가 외양만 바꿔 신차를 내놓는 경우가 늘면서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한 단계 낮은 브랜드라는 인식도 쌓이게 됐다.

기아차는 2006년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하며 기아차의 차별화 요소로 디자인을 제시했지만 이제 디자인만으로 승부수를 띄우기가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승진하면서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모두 맡게 된 데다 최근 영입된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가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며 “기아차가 ‘디자인 기아’를 내걸었지만 현재 상당부분 강점이 희석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슈라이어 사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양쪽의 디자인을 모두 맡은 것이 기아차의 차별성을 떨어뜨린 결과를 낳았다”며 “전향적이고 미래적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이 예전보다 고유의 색깔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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