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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휩쓴다, 글로벌에서 불멸의 장르로 남을까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3-05-1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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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리니지와 그 모방작들을 빼놓고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2022년 리니지 시리즈와 오딘, 히트 등 이른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매출은 약 3조 원을 나타내 국내 6조 모바일게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 3대 게임사 리니지라이크 매출을 보면 엔씨소프트가 1조9천억 원, 카카오게임즈가 9천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하반기 뛰어든 넥슨도 500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3년 4월 첫째주 구글앱스토어 모바일게임 순위를 보면 1위부터 6위까지를 리니지M, 아키에이지워, 오딘발할라라이징, 프라시아전기, 리니지2M, 리니지W 등의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차트를 점령했다. 10위인 히트2 역시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이 셋, 카카오게임즈가 둘, 넥슨이 두개 게임을 들고 리니지라이크 팬층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와 닮은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하나의 장르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이상 RPG, MMO, P2W 등의 기존용어만으로 이 게임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원조인 리니지의 이름을 딴 '리니지라이크'로 불러줘야한다는 소리다.

1980년 미국에서 출시한 유명 인디게임 '로그'를 닮은 게임들을 로그라이크, 2009년 일본에서 시작된 소울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들을 '소울라이크'라고 부르는것과 같은 조어방식이기도 하다.

리니지라이크의 특징은 이용자 간의 분쟁(캐릭터 살해, 아이템 강탈, 사냥터 통제)을 유발해 이를 통해 원초적 갈등의 재미를 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 운영진은 한 달에 400만원 이상 쓰는 고과금 이용자에게는 권력의 맛을 주고 그렇지 못한 소과금 이용자에게는 억울함과 복수심을 유발시켜 이들을 고과금 이용자풀로 끌어들이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입이 있어야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층은 30~50대 직장인 이용자가 대부분이며 고과금 이용자들끼리도 서로 우위에 서기 위해 과금 경쟁을 하느라 상위 100위권에는 연간 1억 원 이상을 쓰는 이용자들도 있다.

신규 유입이 없는 고인물 게임장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다시 말해 수년째 변하지 않고 흥행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처럼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내 게임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지만 리니지라이크가 어엿한 게임장르로 인정받으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두어 개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로그라이크, 소울라이크 게임처럼 세대를 넘어, 국가를 넘어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고 하는 점이다.

역사가 긴 로그라이크의 경우에는 로그를 시작으로 약 40년 동안 수백 수천개의 파생작품들이 만들어졌으며 국제 로그라이크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려 개발자들이 함께 장르를 정의하고 발전시키고 있을 정도다. 2020년대 들어서도 로그라이크를 21세기에 맞게 고친 로그라이트라는 파생장르가 나타나 유행을 타고 있다.

비교적 신생장르인 소울라이크도 본래는 일본의 특정 게임회사 게임만을 일컬었으나 세계적으로 모방작들이 많이 나오면서 어엿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까지 리니지라이크는 이들과 같은 주류 장르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많았다.

국내 30~50대 직장인 가운데서도 이른바 '린저씨'라고 불리는 특정계층만 즐기기 때문에 국가와 세대를 넘나드는 보편적 장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조용히 사라질 장르라고 평가절하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0대에 접어들면서 PC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게 되자 리니지라이크로 눈길을 돌리는 젊은 '린저씨'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20게이머들 가운데도 리니지라이크가 제공하는 갈등의 장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포착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리니지M의 35세 미만 인구비율은 32.69%에 그쳤지만 추속작인 리니지2M은 55.03%, 리니지W는 61.97%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리니지라이크 이용자 규모가 최소한 줄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을 엔씨소프트 다음으로 파악한 카카오게임즈도 2021년 오딘발할라라이징을 들고 리니지라이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본질은 리니지라이크지만 소과금 이용자들의 숨통을 열어주는 식의 차별화 전략을 폈는데 2023년 출시한 신작 아키에이지워부터는 차별성보다는 리니지라이크 특유의 재미에 더 집중해 리니지 시리즈와 흡사한 설계로 돌아섰다.

4월 첫째주 모바일게임 매출순위를 보면 1위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2위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3위는 역시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워로 두 회사의 작품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니지라이크 본가인 엔씨소프트도 리니지라이크의 작동원리를 1020세대가 좋아하는 IP에 이식하는 식으로 맞불을 놨지만 대부분 실패하면서 카카오의 진입을 완전히 허용하고 말았다. 2022년 하반기에는 넥슨까지 뛰어들면서 국내 리니지라이크 시장은 빠르게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이들 3대 게임사는 앞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용자층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진출의 실마리는 가까운 대만 시장에 있다. 대만의 게이머들도 한국게이머들 만큼이나 리니지라이크가 제공하는 갈등의 재미에 잘 공감한다고 알려졌다.

게임업계는 대만사회가 한국사회와 비슷한 무한경쟁 사회인 점, 개인들은 도태되면 죽는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는 점을 흥행 원인으로 설명한다.

현지에서 확률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만에서는 원조인 리니지 시리즈보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이 앞서가고 있다. 대만 게임 시장은 과금유도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소비자를 속이는 일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엄격하다고 알려졌다.

리니지M이 현지유통사의 확률조작 문제로 제재를 받은 사이 확률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해온 오딘이 앞서간 것으로 풀이된다. 오딘은 2022년 12월 대만과 홍콩 구글마켓에서 올해를 빛낸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선정됐다.

대만은 문화적으로는 중화권이면서 경제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교류가 많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국가다. 대만에서 흥행은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은 물론 동남아, 특히 대만과 교류가 많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리니지라이크가 글로벌 장르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돼 줄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은지 벌써 25년이 됐다. 다음 25년이 지났을때 리니지는 어떻게 기억될까?

숨막히는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흑역사로 남을까? 아니면 사이버세상에서 원초적 갈등의 재미를 제공하는 불멸의 장르로 살아남을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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