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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독일 파운드리 투자는 '신의 한 수', 차량용 반도체 독점 노린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5-09 14: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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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독일 파운드리 투자는 '신의 한 수', 차량용 반도체 독점 노린다
▲ 대만 TSMC의 독일 반도체공장 투자 결정을 두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NXP반도체의 차량용 반도체.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의 독일 파운드리공장 투자 결정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하는 중요한 선택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의 본격적 상용화에 맞춰 급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TSMC가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아 시장을 완전히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9일 논평을 내고 “TSMC의 독일 반도체 투자는 미국 파운드리공장 설립 계획보다 더 이해할 만한 결정”이라며 “새로운 분야에서 야심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지난해부터 장기간 논의해 온 유럽 내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마침내 구체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NXP와 보쉬,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독일에 최대 110억 유로(약 16조 원)을 들이는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TSMC가 미국에 400억 달러(약 53조 원) 투자 계획을 제시한 지 수개월만에 유럽에도 대규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 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TSMC가 현재 공급하는 반도체 물량의 약 95%를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공급망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반도체공장 설립과 달리 TSMC의 독일 공장 투자는 정치적인 압박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사업 전략 측면에서도 더 큰 시사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이 잇따라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신설 계획을 내놓은 것은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춰 경제 패권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의도와 관련이 깊다.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한다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무역규제 등 압박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를 끌어들인 셈이다.

한국과 대만 모두 미국을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두고 있어 삼성전자도 자연히 이러한 압박을 피하기 어려웠다.

반면 유럽은 최근 반도체 지원법 시행을 결정하며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공장 투자에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이와 관련해 별다른 규제나 투자 압박을 더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에 투자를 자제하도록 하는 등 여러 제약을 내세운 미국 정부와 상반된다.

결국 TSMC가 독일에 대규모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배경은 순수하게 사업적 관점에서 고객사 수요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TSMC 독일 반도체공장에서 주력으로 활용될 미세공정은 28나노 기술로 전해졌다. 이는 개발된 지 약 12년이 지난 구형 공정기술에 해당한다.

그러나 28나노 공정은 주로 자동차에 쓰이는 센서와 전력반도체 등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만큼 TSMC가 고객사들의 수요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TSMC 독일 파운드리 투자는 '신의 한 수', 차량용 반도체 독점 노린다
▲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이미지.
블룸버그는 28나노 공정이 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차량용 반도체로 라이다(LiDAR) 센서를 언급했다. 라이다는 자동차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다른 사물과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이는 현재 널리 활용되는 첨단운전자보조기술(ADAS)은 물론 앞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에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또한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차량의 전력 관리와 차량의 통신에 활용되는 반도체 등이 28나노 공정에서 주로 생산된다.

따라서 TSMC가 독일에 신설하는 28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통해 유럽 내 자동차 및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의 위탁생산 주문을 대거 수주하게 될 공산이 크다.

28나노 공정은 구형 기술을 의미하는 ‘레거시’ 공정으로 구분된다.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와 같은 고사양 반도체에는 현재 거의 쓰이지 않는 기술이다.

따라서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진입한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기업은 레거시 공정 대신 10나노 미만 첨단 미세공정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TSMC는 여전히 16나노 이상의 구형 공정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해당 분야에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 등이 레거시 공정에서 TSMC의 경쟁사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은 자금 여력 등 측면에서 TSMC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결국 TSMC가 독일 반도체공장 투자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독점체제를 구축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대중화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는 TSMC의 미래 지속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성장동력 역할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차량용 반도체 특성상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고객사들이 신기술 도입을 꺼리고 있다는 점도 TSMC의 구형 미세공정 기술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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