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을 주요 외신이 전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된 국제소비재박람회에서 테슬라 모델3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수직계열화 체계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3천만 원 초반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현대차와 같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전기차량에 집중해온 기존 완성차업체는 테슬라의 가격공세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으로 2만5천 달러(약 3284만 원)에서 3만 달러(3940만 원) 가격대의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모델 2’로 알려진 테슬라 저가 신모델이 가격경쟁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모델 2는 해치백 형태다. 해치백은 이름처럼 차량 뒷부분이 문처럼 열리는 구조로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을 없애 실용성을 중시한 차량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최근 새로 착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중심으로 2024년부터 모델 2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 2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이쿼녹스와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의 피어 등이 중저가 전기차 대중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CNBC는 예측했다.
현재 미국 권장소비자가격(MSRP) 기준으로 3만 달러 아래 차량은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 등 세 종류다.
다만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에드문드에 따르면 세 모델 모두 시장판매 가격은 3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테슬라 모델 2가 시장이 예측한 가격대로 출고된다면 다른 저가 전기차량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테슬라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낼 수 있는 이유로 생산공정 수직통합을 꼽았다.
자체 배터리 설계부터 전기차 운영 소프트웨어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해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CNBC는 테슬라가 생산공정 수직화로 차량 한 대당 드라이브 유닛 가격을 1천 달러(약 131만 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인 드라이브 유닛은 차량 추진 동력을 담당하며 테슬라를 제외한 업체들은 평균 2500달러(약 327만 원)를 생산비용으로 쓴다.
콜린 캠벨 테슬라 파워트레인 총괄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는 생산비용을 이 정도 수준으로 낮출 수 없을 것”이라고 CNBC를 통해 자신감을 표했다.
미국 환경청이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해 2032년에는 새로 판매되는 차량의 67%가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 또한 테슬라가 중저가 모델까지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전략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향후 5년 동안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1천만 대 규모로 커질 소형 전기차 시장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시장 전체의 규모가 커지며 시장선도업체인 테슬라가 얻는 수혜는 커질 수 있다.
현대차와 같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 전기차 대중화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주요 전기차 기업들은 일정 거리 이상의 주행거리를 보장하면서도 수익성을 갖출 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우선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차량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미국에서 1만4703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미국 전기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주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차량을 통해 기록한 성과다.
현대차 미국법인 대변인은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 아직 없다”며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의 주행거리를 보장하면서도 2만5천 달러 가격수준의 전기차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장을 냈다.
테슬라 저가모델에 현대차가 가격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가 발표한 코나 일렉트릭도 소비자가격 기준 4천만 원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더라도 3만 달러 중반대의 가격으로 팔릴 것으로 CNBC는 예상했다.
CNBC는 테슬라가 가격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낮추느냐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저가 전기차가 가지는 낮은 수익성이란 약점은 테슬라가 배터리 업그레이드 등 구독 옵션과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한 차량공유 서비스 등으로 극복할 것으로 기대됐다.
증권사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는 CNBC를 통해 “테슬라가 전기차시장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모든 경쟁업체가 테슬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며 테슬라가 가진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세계 주요 시장에서 여러 차례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후발주자에 더욱 어려운 경쟁환경을 만드는 일을 주도했다.
다만 CNBC는 소비자가 저가 전기차 선택에 가격 요인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함께 지적했다. 단순히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내놓는 방안만이 유일한 전략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차량생산 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차선이탈 경고와 같은 안전 기능을 중저가 모델에 넣지 않을수도 있다는 소비자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선도기업 테슬라에 대응해 가격 말고도 경쟁무기가 필요한 현대차가 어떤 전략으로 시장경쟁에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