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연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신의 정책적 성과를 강조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과 SK, 현대차와 LG 등 한국 기업을 향한 투자 유치 노력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11일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2024년 대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NBC뉴스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기 위한 최종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적할 유력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검찰의 기소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이 재선 도전에 배경으로 꼽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여당의 여론도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성과를 낸 일이 정책적 성과로 주목받는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다면 이러한 업적을 더욱 강조하는 캠페인을 앞세워 지지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CNN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2%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의 연임을 원한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중은 이보다 낮은 33%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37%로 집계된 점도 그가 연임을 위해 확실한 경제적 성과를 내세워야 할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결국 그의 재선 캠페인은 첫 번째 임기에서 성공적으로 도입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연임 뒤에는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목표는 결국 미국에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대응해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에 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는 기업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도입 논의를 시작한 뒤 삼성전자는 보조금 및 미국 고객사 확보를 노려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4천억 원)의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기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기대해 전기차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업체는 미국에 다수의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
바이든 정부의 미국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한국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한국 기업들은 세계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이 핵심 산업에서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주요 산업은 물론 군사무기 분야에도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 또한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은 미국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영역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국가 안보를 지키고 무역 및 외교정책 측면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놓이기 위해 한국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투자는 필수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말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제조기업들에 더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요청하거나 더 나아가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현재 두 가지 전략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앞세워 공장 투자를 유도하는 데 더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북미에서 생산된 차량만 지원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기아는 이런 정책에 대응해 미국 공장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 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삼성전자 등 기업이 중국에 시설 투자를 벌이기 어렵도록 제한해 사실상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연임 도전을 결심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은 결국 한국 기업들로부터 최대한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지나친 압박을 받으면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바이든 정부의 지원 정책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더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 오른다면 현재 공화당 지지 세력을 결집하며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구호를 앞세워 미국 내 제조공장 유치에 힘을 실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가전공장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