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발맞춰 수소와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 회장에게는 원자력·화력발전 등 기존 사업에서 수주를 늘려 확보한 이익체력이 미래 성장사업 기반을 마련하는데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발맞춰 수소와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5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수소와 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성장사업에서 중장기적 기술력 축적과 함께 단기 수주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계획을 보면 올해 수주 전망치 8조6천억 원에서 신재생 및 성장사업은 약 1조3천억 원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국내 대형가스터빈 실증’ 5천억 원, △‘창원 연료전지’ 6천억 원, △‘수소, 신재생 등’ 2천억 원 등이다.
원자력 쪽 수주(3조1천억 원)에 포함된 소형모듈원자로(6천억 원)을 더하면 올해 성장사업 수주 전망치는 1조9천억 원으로 볼 수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성장사업의 2023~2026년 연평균 목표 수주액은 '5조3천억 원+알파(α)'로 기존사업(2조4천억 원)과 자회사 수주분(2조4천억 원)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영역이 기존 석탄화력에서 가스터빈, 풍력, 수소로 변화하고 있고 수익성 낮은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대신 기자재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 두산에너빌리티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6%대가 최대치였으나 중장기적으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도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성장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기업들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 풍력터빈제조사 지멘스가메사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오스테드는 동남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지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자회사 두산비나가 풍력발전기의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Monopile) 공급을 추진한다.
모노파일은 대형 후판(두꺼운 철판)을 용접해 만든 원통형 구조물로 해수면 아래 지반에 설치해 해상풍력발전기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풍력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멘스가메사와는 국내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힘을 합친다. 두 회사는 2월 전략적 협력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초대형 해상풍력 부품의 조립, 시공, 유지보수(O&M) 서비스 등에서 기술협력을 하기로 했다.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과 협력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할뿐 아니라 이들 회사에 각각 지분 투자도 했다.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는 소형모듈원자로 설계에 각각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경수로 방식, 엑스에너지는 4세대 고온가스로 방식이다.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기자재 납품 이력을 쌓으며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전환은 박지원 회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두산중공업 시절 전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며 경영상 어려움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2020년 재무상태 악화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에 친환경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에 서두르기로 약속하는 한편 보유 자산과 일부 계열사들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박 회장은 2020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창원 본사에 방문했을 때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 등 국내 친환경에너지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친환경에너지 중심 사업구조 전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에 졸업한 뒤 2022년 친환경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도 지금의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꿨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사업들은 대개 단기간 성과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기 어려운 분야가 많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도 않았거니와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한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과 화력발전 등 기존 사업 분야에서 수주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박 회장이 성장사업들을 키워 나가는 데에 더없이 반가운 일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국내외에서 원자력·화력발전 등 기존 사업에서 일감을 쌓아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약 2조9천억 원),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발전소 기자재 공급계약(약 600억 원),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약 1조1500억 원) 등을 체결하며 수주잔고를 늘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에 대한 정책기조가 친화적으로 바뀐 데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각종 에너지플랜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향후 일감이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및 중기 사업전망을 수립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함께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전통사업의 수주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며 성장사업을 뒷받침할 여력이 커진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성장사업 비중을 늘린다는 방향성이 뚜렷한 만큼 사업구조 전환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전통사업의 수주 성과는 성장사업을 키우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