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탈중국 압박’ 애플과 디즈니로 번지나, 중국사업 딜레마 커져

▲ 미국 하원의원들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밥 아이거 디즈니 CEO를 만나 중국 사업을 두고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3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한 다음 포럼장을 빠져나오는 팀 쿡 애플 CEO(가운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IT 및 콘텐츠 업계의 대표 기업인 애플과 디즈니 CEO를 미국 의회 양당 의원들이 찾아간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정치권의 압박이 반도체를 넘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과 콘텐츠까지 확대되며 팀 쿡 애플 CEO와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모두 중국사업에 딜레마를 안게 됐다.

3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여 명은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밥 아이거를 만나고 7일 실리콘밸리로 이동해 팀 쿡과 회담을 진행한다. 

양당으로 구성된 의원단에는 중국특별위원회 소속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애플 및 디즈니의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CNBC는 특히 대중 정책에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마이크 갤러거 미국 공화당 의원이 중국특별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구성된 의원단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특별위원회는 미국에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운영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반중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따라서 팀 쿡과 밥 아이거 역시 의회 의원들로부터 중국에 대한 애플과 디즈니의 제품 생산 또는 매출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CNBC는 애플이 현재 아이폰 등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에서 제조설비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중국에 생산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은 과거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판매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강력하게 미국 내 투자를 요구했다.

최근 들어 애플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로 제품 생산거점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생산 규모를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의미있는 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애플은 생산뿐 아니라 제품 판매 측면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큰 기업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거둔 연간 매출은 750억 달러(약 98조1266억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중점적으로 압박하려 하는 미국 정치권 입장에서는 애플이 중국 제조공장을 다른 국가로 이동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할 이유가 충분하다.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위탁생산 공장은 중국의 주요 전자산업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며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 성장에도 기여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 또한 마블스튜디오의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중국 누적 매출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는 최근 중국 정부의 검열 등 문제로 현지에서 마블스튜디오 영화를 장기간 개봉하지 못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의회 의원들은 아이거를 만나 중국 정부가 영화 등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중국을 선전하는 내용을 반영하도록 압박하고 있는지에 관해 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이 애플과 디즈니의 중국 사업에 관련한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도 이런 요구가 강제성을 띠기는 어렵다.

중국은 애플이나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대형 기업에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매출 규모와 경제 발전 측면에서 모두 미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팀 쿡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애플은 지난 30여년 동안 함께 성장해왔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밥 아이거 역시 최근 디즈니 CEO에 복귀해 장기간 중단되었던 디즈니 영화 중국 개봉을 재개하는 등 중국과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의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애플과 디즈니는 앞으로 대중국 사업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될 수 있다.

결국 팀 쿡과 밥 아이거가 모두 중국시장과 점차 거리를 두겠다는 점을 의원들에게 분명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만 이러한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심화로 반도체에 이어 여러 사업 분야에 탈중국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은 애플과 디즈니에 모두 큰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