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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쏟아지는 정책에 금융소비자는 없다”, 금융 실무자들의 작심 토로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3-03-29 13: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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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쏟아지는 정책에 금융소비자는 없다”, 금융 실무자들의 작심 토로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월29일 2차 금융노동자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 의원(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간담회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엉뚱한 대책들이 난립해 현재 금융위원회 아래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만 20여 개를 넘는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이 정부 정책의 현실성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을 비롯한 사무금융노조가 국회에 던진 화두는 현장과 금융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29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간담회에서는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금융권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사무금융노조가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금융소비자’였다. 

일선에서 소비자와 많이 마주치게 되는 카드, 캐피탈, 증권, 보험과 정책금융기관의 노동자가 많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현장과 금융소비자를 고려하지 않고 하향식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준영 여수신업종 본부장이 먼저 정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가장 큰 금융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마주치는 분야는 카드와 캐피탈 등의 여수신업으로 과거 카드대란이나 저축은행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지지율 상승에만 힘을 쏟는다”고 비판했다.

이현주 서울신용보증재단 지부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섣불리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동네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의 현안은 재보증 한도 상승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출연하는 기관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도울 수 없다는 원론적 답변에만 그쳤다”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것인지 언급된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을 비롯한 지역신용보증재단은 해당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보증서를 제공해 원활한 자금 융통을 돕는다. 다만 지역신용보증재단법을 보면 재단의 기본재산은 지자체나 금융회사, 기업의 출연금으로 조성된다. 

정부가 법에 ‘기본재산 확충에 보조할 수 있다’는 조항만 들어있음에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내놨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소액생계비대출 실무를 맡은 서민금융진흥원도 정책이 하향식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금융위가 인력이나 인프라 등을 고려하지 않아 금융소비자들의 수요를 못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금융위는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와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이 1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을 내놨다. 선풍적 인기를 끌며 한때 사전예약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는 긴급히 예약일정을 수정하고 상담인력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김영신 서민금융진흥원 지부장은 “소액생계비대출 취지는 좋지만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 되지 않은 상태라 예약이 적체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이 수요자의 목적에 맞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무조정에 내몰린 금융소비자들의 업무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장호 신용회복위원회 지부장은 “채무조정은 채무자의 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매입단가가 맞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정부에서 내놓은 새출발기금과 같은 채무조정정책도 수요자 중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8년 동안 공석이라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채무조정 사업이다. 다만 이 사업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고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겸임하는 방식이 8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이기철 수석부위원장, 김경수 정책실장, 백정현 정책국장을 비롯해 김준영 여수신업종 본부장(신한카드 지부장), 정종우 하나카드 지부장, 문상수 현대커머셜 지부장, 이현주 서울신용보증재단 지부장, 김진건 ABL생명 지부장, 엄민식 AXA손해보험 지부장, 이창욱 NH투자증권 지부장, 김영신 서민금융진흥원 지부장, 정장호 신용회복위원회 지부장, 김영헌 예금보험공사 지부장 등 주요 지부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한규 의원은 진행을 맡아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정리했다. 동료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모인 의견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의원은 “비은행권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게 돼 좋은 기회였다”며 “숙지하지 못했던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간담회 내용을 다른 정무위원회 의원들도 알 수 있게 전달하고 국회에서도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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