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고성능 기린 배터리 양산, 한국 배터리3사 위협할 ‘메기’ 역할

▲ 중국 CATL이 신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며 글로벌 고객사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CATL 배터리팩 안내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야심작으로 앞세우던 고성능 ‘기린’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에 주로 쓰이던 배터리와 비교해 주행거리 등 사양이 크게 개선됐다.

기린 배터리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테슬라와 GM, 포드 등 미국 내 주요 고객사의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지배력을 흔들 만한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다.

23일 재생에너지 전문매체 인사이더EV에 따르면 CATL은 신형 기린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분기 중 출시되는 중국 지커의 전기차에 처음으로 탑재가 예정됐다.

기린 배터리를 적용하는 지커의 전기차는 세계 최초로 최대 1천 km의 주행거리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CATL의 배터리 기술에 그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CATL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새 기린 배터리는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 쓰이는 최신 규격의 4680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13% 더 높은 제품이다.

그동안 기술력보다 가격 경쟁과 물량 공세를 통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던 CATL의 이미지를 바꿔낼 중요한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타임(TIME)은 기린 배터리를 2022년 세계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도 해당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BMW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기업이 이미 CATL의 기린 배터리 채용을 확정지었고 테슬라도 잠재적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CATL이 현재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고객사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데 신형 배터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는 셈이다.

테슬라가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3 전기차에 CATL의 구형 배터리 대신 기린 배터리팩을 활용한다면 배터리 밀도를 약 28% 늘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포드와 GM 등 미국 주요 전기차기업도 CATL의 배터리를 채용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사로 거론된다. 특히 포드는 최근 미시건주에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투자하고 CATL과 배터리 생산에 협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왔는데 최근 삼성SDI와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는등 배터리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의 신형 배터리가 BMW 등 고객사 전기차에 탑재된 뒤 실제로 우수한 성능과 안정성 등을 증명한다면 미국 내 고객사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CATL 고성능 기린 배터리 양산, 한국 배터리3사 위협할 ‘메기’ 역할

▲ CATL의 신형 '기린' 배터리팩 이미지.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전기차 배터리 주요 시장으로 두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새로운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CATL은 기린 배터리의 우수한 성능이 배터리의 화학적 구성요소가 아닌 배터리팩 자체의 기술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주력으로 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저렴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활용하더라도 충분한 성능 경쟁력을 갖춰낼 수 있다는 것이다.

CATL은 "기린 배터리는 전기차시장에서 여러 기술적 혁신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며 강력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부터로 계획되어 있던 기린 배터리의 대량 생산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글로벌 대형 고객사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에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통해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은 CATL의 고객사 확보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포드와 CATL의 미국 내 배터리공장 투자 협력 결정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이런 정책과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ATL의 미국 진출이 전기차 대중화와 미국 자동차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 더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CATL의 신형 배터리 양산이 한국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던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메기’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ATL은 배터리 생산 확대에도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독일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헝가리에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미국 고객사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자연히 한국 배터리 3사가 CATL에서 주도하는 물량 경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인사이드EV는 “이미 여러 자동차기업이 CATL의 신형 배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다만 실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가격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