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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3세 장세준과 최윤범, 공동경영 접고 계열분리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7-19 11: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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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오너2세인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3월 22년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도 올해 3월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두 사람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인 최기호와 장병희 장남들이다. 두 사람이 30년 가까이 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체제로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장세준 최윤범 오너3세, 계열분리할까

19일 재계에 따르면 장 명예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과 최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이 영풍그룹 경영을 이끌 오너3세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영풍그룹 3세 장세준과 최윤범, 공동경영 접고 계열분리할까  
▲ 장형진 영풍 명예회장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장세준 부사장은 2009년부터, 최윤범 부사장은 2007년부터 영풍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세준 부사장은 영풍그룹 지주회사격인 영풍의 지분 16.89%를 보유해 동생 장세환 서린상사 전무(지분 11.15%)를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장형진 명예회장(1.13%), 동생 장혜선씨(0.52%) 모친 김혜경씨(0.05%) 지분을 모두 합해도 장 부사장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최윤범 부사장은 형 최우현씨가 2009년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다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뒤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최 부사장은 영풍 지분 2.18%를, 고려아연 지분 1.8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이 지분승계를 어느 정도 한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무난히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심은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두 집안의 공동경영체제의 향방에 집중된다.

장씨 일가는 지주회사격인 영풍을 중심으로 영풍전자, 영풍문고, 영풍개발 등을 거느리고 있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유미개발,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알란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집안이 전자사업과 비철금속제련사업을 각각 맡고 있는 모양새다. 두 집안이 맡고 있는 계열사의 지배구조도 비교적 명확하다.

영풍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보면 한쪽에 영풍문고,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가 있고 다른쪽에 고려아연, 코리아니켈, 엑스메텍, 알란텀이 있는데 고려아연이 인터플렉스 지분 6.0%를 보유한 것을 제외하면 계열사 사이에 지분이 얽혀 있지 않다.

고려아연은 코리아니켈과 알란텀, 케이지그린텍, 서린상사, 클린코리아, 케이지엑스, 서린정보기술, 징콕스코리아 등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중간지주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유미개발, 영풍정밀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른다.

◆ LG그룹처럼 아름답게 작별할까

영풍그룹은 LG그룹이 계열분리한 이후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공동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LG그룹이 3대째에 이르러 계열분리를 한 것처럼 영풍그룹도 3세 경영체제에서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한다.

LG그룹은 1947년 구인회 창업주와 허만정 창업주가 힘을 합쳐 설립한 곳이다. 1995년 구인회 창업주의 손자 구본무 회장이 취임한 뒤 9년 만인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됐다. 구씨 가문은 전자와 화학사업을, 허씨 가문은 정유와 유통사업을 차지했다.

LG그룹은 먼저 지주회사 LG를 설립한 뒤 LS그룹과 GS그룹을 차례로 분리했다.

영풍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설 경우 이 비슷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영풍을 지주회사로 만든 뒤 고려아연그룹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영풍그룹 3세 장세준과 최윤범, 공동경영 접고 계열분리할까  
▲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이 과정에서 8월13일부터 시행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원샷법이 시행되면 지주회사 부채비율, 자회사 지분요건, 공동출자금지 등 규제가 3년 동안 유예된다.

이 밖에도 소규모 분할과 소규모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을 이사회 결의로 대체할 수 있다. 주식교환과 합병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도 이연돼 사업재편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영풍그룹은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금융계열사를 거느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가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진다.

영풍그룹은 8개의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65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계열사마다 흩어져 있는 오너일가의 지분도 정리돼야 한다.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영풍, 고려아연을 비롯해 영풍개발, 영풍정밀,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등에서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 계열분리하면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벗어나

영풍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37위에 올랐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27위, 오너기업 가운데 22위다. 영풍은 하림, KCC, 한국타이어, 코오롱보다 순위가 앞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기존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65개 대기업 가운데 30개 정도가 대기업집단에서 해제된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자산규모가 10조5245억 원으로 대기업집단 지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지정될 경우 순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영풍그룹은 가장 마지막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풍그룹이 계열분리할 경우 자연스럽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특히 고려아연의 연결 자산규모가 6조 원을 넘기 때문에 영풍을 중심으로 한 그룹은 자산규모가 5조 원 미만으로 줄어들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도 빠지게 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이에 따라 공시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그룹도 계열분리를 할 경우 공시의무는 유지되지만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규제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이 한결 수월해진다. 신사업진출과 사업영역 확대 등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이하는 셈이다.

◆ 영풍그룹, 국내 대표 금속제련기업으로 성장

영풍그룹은 1949년 11월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한 무역회사 영풍기업에서 출발했다.

두 사람은 수출산업과 수출진흥을 통한 한국경제 재건이라는 목표를 창업이념으로 내세웠으나 이듬해 한국전쟁이 일어나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영풍그룹 3세 장세준과 최윤범, 공동경영 접고 계열분리할까  
▲ 고려아연 울산 공장.
1951년 부산에서 충주철산개발공사를 설립해 일본으로 철광석 등을 수출하면서 기업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1953년 회사이름을 영풍으로 통합하고 현재 서린동 영풍문고 자리에 사옥을 건립했다.

영풍그룹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며 수출의 날 대통령표창, 동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영풍그룹은 1970년 10월 경북 봉화에 국내 최초 대단위 아연제련공장인 석포제련소를 준공하고 수출사업에서 비철금속제련사업으로 주력사업을 재편했다.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1978년 온산제련소를 준공해 국내 아연시장에서 주도적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 뒤 제련사업 외에도 사업다각화로 몸집을 불렸다. 1976년 현재 영풍의 전신인 영풍상사 기업공개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영풍상사는 1978년 영풍으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1989년 부동산관리회사인 영풍개발을 설립했고 1992년 영풍문고를 설립해 소비재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995년 영풍전자, 2000년 시그네틱스, 2005년 코리아써키트 등 5년 간격으로 인수한 전자계열사들은 영풍그룹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영풍그룹은 최기호 창업주가 초대회장을 맡다가 건강 문제로 경영에서 물러난 뒤 1978년 장병희 창업주가 2대 회장을 맡았다. 장병희 창업주의 차남인 장형진 명예회장은 1988년 3대 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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