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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급력과 다르다', 크레디트스위스발 금융위기론 국내외 긴장 고조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3-03-16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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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파산 여파가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위기로 옮겨붙으며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는 그 구조와 파급력이 SVB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비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엄습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SVB 파급력과 다르다', 크레디트스위스발 금융위기론 국내외 긴장 고조
▲ 크레디트스위스 위기가 현실화되면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본부 건물. <위키피디아>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SVB 등 미국 지방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이 은행주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도 크게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5일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30% 가량 급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장중 거래가 정지됐다.

다행히 16일 스위스 금융당국이 개입해 크레디트스위스에 최대 54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크레디트스위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긴급지원을 받는 글로벌 은행이 됐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VB의 경우 높은 채권비중이 평가손실을 일으켜 파산했지만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는 더욱 복합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크레디트스위스는 은행에 대한 신뢰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여러 구설수에 휘말려 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21년 아르체고스 캐피탈, 그린실 캐피탈 등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달러를 손해를 봤다. 2022년엔 크레디트스위스의 예금 가운데 일부가 마약, 자금세탁 등 범죄와 연관돼 있다는 내부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요 투자자였던 해리스 어소시에잇츠의 최고투자담당자 데이비드 헤로가 2022년 말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식을 전부 매각하며 ‘손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3월9일 발간 예정이었던 회계 보고서를 14일에 지연 발간했다. 또 2021년과 2022년 회계 보고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가운데 SVB파산 사태 등이 겹치자 크레디트스위스 고객들은 예금을 지속적으로 인출해 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크레디트스위스는 결국 뱅크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각에선 크레디트스위스 파산설까지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은행 파산 사태의 다음 희생자는 크레디트스위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15일 크레디트스위스의 5년 신용부도스왑(CDS)도 전날 대비 4.26%포인트 상승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관할 은행들의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자산 익스포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두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하면 그 파급력은 SVB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 5위 안에 드는 규모의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스위스 밖에도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헤지펀드들의 거래에도 깊이 개입해 있다. 국제결제은행이 선정한 ‘글로벌 시스템에 있어 중요한 은행’에도 선정돼 있다.

이렇게 거대한 은행마저 파산할 수 있다면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SVB 사태에 이은 공포심이 빠르게 번져 은행권 전반에 뱅크런이 발생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은행 업종 전반의 신용평가 등급을 ‘부정’으로 낮춘 점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앤드류 케닝햄 캐피탈 이코노믹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곤경에 처하면 스위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 마이클 제이피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담당자도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가 다른 나라 은행들에도 번질 수 있다”며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는 더욱 거대한 위기의 첫 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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