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웨이브 대표 김민 "청년주주 기후행동, 포스코 신뢰 높인다"

▲ 기후변화청년모임 사단법인 빅웨이브가 포스코홀딩스를 상대로 기후위기 대응 변화를 촉구하는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열었다. 사진은 김민 빅웨이브 대표. <빅웨이브> 

“빅웨이브의 기후주주운동을 통해 포스코홀딩스가 주주에게 더욱 신뢰를 얻는 기업이 됐으면 합니다.”

'신뢰받는 기업 포스코'. 포스코 대표의 얘기가 아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포스코를 신뢰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순진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웃는 그는 청년기후행동단체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다. 포스코를 신뢰받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 빅웨이브의 청년들과 김 대표는 '기후주주행동'을 한다. 

그의 언어를 빌리면, '포스코는 탄소배출을 위해 분명 노력하고 있는 기업'이다. 기술개발도, 투자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코는 최근 10년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849만 톤으로, 이 수치는 동종업계 현대제철(2849만 톤)과 견주어봤을 때도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5년 연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7582만 톤,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0%를 웃돈다.

빅웨이브는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 맞춰 공개주주서한을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 태풍 힌남노나 배출권거래제 강화 등 기후리스크가 포스코홀딩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더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앞서 빅웨이브는 3일 서울 여의도 IFC포럼서 개인 및 기관 투자자, 의결권 자문사, 일반주주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 캠페인 설명회를 열었다. 온라인으로 ‘포스코홀딩스 불개미연대 캠페인’이라는 홈페이지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동안 청년들이 배당을 목적으로 주주행동을 한 경우는 있었으나 기후변화가 주요 목적이 된 적은 없었다. 비영리단체가 기후주주행동주의 캠페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국내 최초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뭘까. 비즈니스포스트는 1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김민 대표를 만났다. 

- 포스코홀딩스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포스코홀딩스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수록 잠재적 수익성 악화를 방지할 수 있고, 오히려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되어 가동 이후 처음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영업이익 손실만 1조3천억 원에 달했다. 

또 탄소배출권 가격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국내 단일 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차지하는 포스코홀딩스가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높은 상황이다. 

영업이익의 손실은 곧 주주배당성향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리튬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으로 주가가 상승추이를 그리고 있지만 경기에 민감한 철강 산업 특성상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 지수를 확인해보면 코로나19 이후 3년 동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 많은 기업들 가운데 왜 하필 ‘포스코홀딩스’를 선택했는가?

“온실가스 배출량만 놓고 보면 포스코홀딩스는 기후악당 기업이다. 하지만 철강은 소위 ‘산업의 쌀’로 모든 산업에 기초 소재로 쓰여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즉 철강산업은 탈탄소화 과정에서 소멸할 산업이 아니라, 계속해서 존속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또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산업이다. 가장 많은 철강수요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저탄소강(그린철강) 공급을 요구하는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역사적인 시사점도 생각했다. 포스코그룹은 과거 일제강점기 강제노역과 자원수탈로 인한 배상금 개념인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설립됐다고 알고 있다. 

포스코도 신입사원 교육에서 ‘제철보국’ 정신을 설명하며, 역사적 의미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중요하게 강조한다고 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포스코홀딩스에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포스코홀딩스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

단기적으로 우리는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감축행동에 대해 무너진 평판과 신뢰를 회복하고 수소환원제철, 그린수소, 이차전지 등 친환경 신사업을 더욱 강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투자계획 확대를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길, 추가적인 배출이 예상되는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근본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길 꾸준히 요구할 것이다.

물론 고품질 철강생산을 위해 고로 기반의 철강제조공정을 갖추었고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개발이 동종업계 글로벌 철강사와 비교해 왜 늦는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이나 해외 제철소 건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관해서는 주장의 근거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 소통한다면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빅웨이브는 기후변화청년모임이다. 청년들끼리 모여서 움직이는 이유는?

“경제 문제에 가장 관심이 높은 세대가 바로 청년이다. 많은 청년들이 주식을 통해 자산소득을 늘리려고 재테크를 한다. 그런데 나의 일자리와 주식이 기후위기로 위협을 받는다면 어떨까? 내 주식이 제 값을 받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곧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주주행동캠페인이 가진 실제적 영향력에 집중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매년 살펴보면 상위 30개는 대부분 기업이다. 배출량 상위기업은 대부분 상장기업이고, 이들의 최고의사결정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주로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 권리를 행사한다면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2월 초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들을 만나 실무레벨에서 제안내용을 전달했지만, 3월17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한 번 더 공식적으로 공개주주서한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차원의 공식 답변을 주주총회 후 30일 이내에 요구했고, 회사에서도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만일 답변내용이 유의미하다면, 동반자적 관계로 계속해서 대화로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추후 주주총회에서 기후 관련 주주제안까지도 캠페인을 확대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