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출 활로 찾기에 공을 들이면서 수소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수소시장 활성화는 자동차, 철강 등 유망산업 수출경쟁력 확보, 에너지 자립과 같은 전략적 고려에 따른 정책 방향이지만 넘어야 할 기술 장벽,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라는 장벽 만만치 않다. 사진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수소차가 충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수출 활로 찾기에 공을 들이면서 수소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수소시장 활성화는 자동차, 철강 등 유망산업 수출경쟁력 확보, 에너지 자립과 같은 전략적 고려에 따른 정책 방향이지만 넘어야 할 기술의 장벽,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라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1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투자책임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소차 등 미래차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신성장·원천기술에 제공되는 세액공제 혜택을 놓고도 기존 3~12%에서 6~18%로 상향이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올해 상반기 중에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창원, 인천, 울산 등에서 액화플랜트가 준공돼 국내 첫 액화수소 생산이 시작된다.
산업부는 액화수소 생산에 맞춰 유통 인프라 확보, 지원금을 통한 수요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은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수소 공급 인프라는 가장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와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 수소 전기차에서 경쟁력 확보 여부는 미래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1주년을 맞은 3월9일 울산 현대자동차그룹 사업장을 방문해 “정부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 수소차 안전인증센터와 전기차, 수소차 핵심부품 등에 관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에서도 수소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철강은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산업인 만큼 탄소중립이 가장 절실한 분야이기도 하다. 철강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16%를 차지할 정도다.
현재 철강 생산을 위한 제철 공정에서는 환원 방법으로 ‘일산화탄소 환원반응’을 사용한다.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고온으로 가열해 철광석 내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전체 철강 생산과정 가운데 제철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비중은 80%에 이른다.
기존 환원 공정이 현재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의 ‘수소 환원반응’으로 대체되면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 내 산소를 제거하므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원활하게 가동되려면 반드시 안정적 수소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자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소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 지하자원을 거의 보유하지 못한 만큼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국제정세에 따라 가파른 등락을 보일 때마다 한국의 경제는 크게 출렁였다. 제조업 비중이 크다 보니 에너지 원가의 상승은 그대로 수출상품의 원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도 에너지 자원 가격의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에너지 가격과 관련해 한국은 늘 끌려다니는 처지였고 현재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수소는 기술과 시설만 있으면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이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공급 영역에서 주도권을 쥘 기회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한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 행사에서 “수소는 전기를 만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박의 연료로 쓰이고 산업에도 사용될 수 있어 미래 에너지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수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산단계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그린 수소’ 기술, 고압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는 용기 등 저장 기술 및 운송 인프라, 수소환원제철과 같이 실제 산업에 쓰일 수 있는 공정 기술 완성, 수소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 등 하나하나 만만치 않은 과제다.
수소의 안전성을 향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소’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소폭탄’을 떠올리는 등 청정 물질이라는 인식보다 위험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탓다.
물론 수소폭탄은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폭탄으로 위력이 원자폭탄의 수십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수소폭탄의 폭발을 일으키는 일은 먼저 원자폭탄을 하나 터뜨려야 할 정도로 쉽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소는 대기보다 14배 가벼운 기체다. 통상적인 기온과 압력에서는 대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빠르게 퍼지며 높이 날아가 버려 폭발을 일으키기 매우 어렵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