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직접전력거래로 운영될 LG스마트파크 건물의 옥상 태양광발전소 조감도. <전력거래소> |
[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12월1일 국내 최초의 재생에너지 ‘비계통연계형 직접 PPA(전력구매계약)’ 사업이 시작됐다. LG그룹과 GS그룹이 첫발을 뗐다.
LG전자는 GS그룹 산하 발전회사 GS EPS와 함께 창원 'LG스마트파크'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구매해 사용하기로 했다.
비계통연계형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란 공급자와 사용자가 바로 전기를 거래하는 직접 PPA에서 더 나아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LG스마트파크는 2025년까지 축구장 3개에 달하는 1만여 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6600MWh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LG스마트파크가 사용하는 전력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전력량이다.
LG전자가 이처럼 사업장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LG전자는 2022년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5%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년 50%,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LG전자는 2022년 6월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 ‘RE100’에도 가입했다.
이를 위한 첫 목표는 2025년 재생에너지 50% 달성인데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담은 2021-2022 지속가능보고서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활동이 보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ESG 중장기 전략과제인 ‘베터 라이프 플랜 2030(Better Life Plan 2030)'을 수립했다”며 “이를 토대로 구성원들에게 ESG 경영을 위한 실적 가이드와 목표를 제시하여 ESG 경영을 거욱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 LG전자는 2021년 10월 태국 생산공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도입했다. < LG전자 > |
◆ 2025년, 글로벌 생산법인 100% 재생에너지 전환
LG전자는 이미 북미지역에서는 에너지 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수월한 북미부터 재생에너지 전환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2020년에 완공된 LG전자 북미법인 사옥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조달해 ‘친환경 사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수력이나 바이오 에너지의 잠재여력이 적어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공급량과 가격 측면에서 불리하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3년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미국의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7.5%에 불과한데 이를 2036년까지 28.9%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1월12일 발표했다. 13년이나 지나야 미국의 현재 수준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단가 측면에서도 아직 국내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에 부담이 크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태양광 kWh당 발전단가는 한국 116원, 중국 42원, 미국 48원으로 조사됐다.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도 한국은 43원인 반면 미국과 중국은 1.2원에 그쳤다. REC는 재생에너지를 목표치만큼 조달하지 못했을 때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구매하는 증서를 말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해외 사업장부터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법인에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의 해외 생산사업장은 2022년 6월 기준 모두 25개에 이른다.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인도 노이다법인은 2021년 2월 태양광 발전설비를 도입했는데 현재 발전용량 3200kW, 발전량 3865MW로 점차 규모를 늘려나간다.
2021년 10월에는 태국 라용에 위치한 생활가전 생산공장에도 발전용량 4300kW, 연간 발전량 5519MWh 급의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해 연간 전력량 가운데 약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LG전자는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품은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수요를 일정 수준까지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체 발전소로 일부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메울 수 있다”며 “2025년이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장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새만금 육상 태양광 발전시설 현장. <국토교통부> |
◆ 한국에서는 왜 재생에너지 전환 늦어지나
LG전자는 해외와 달리 한국 생산법인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 시기를 훨씬 여유 있게 잡고 있다.
LG전자의 계획대로라면 국내 사업장은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해외보다 25년이나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춰지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해외 사업장보다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선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절대적인 공급규모 자체가 낮다. 발전 단가도 높아 급격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LG전자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전자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나 전력구매계약(PPA), 녹색 프리미엄 구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이 역시 LG전자의 목표를 모두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는 제도를 말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국내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시장이 미국 등 해외만큼 활성화돼 있지 않아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와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 달성 시기를 다르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정부 지원도 아직 해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지원금과 지원책이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집중되도록 조치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지열 발전소,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기업은 10년 동안 세액 공제를 포함해 300억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명시된 지출 금액은 4670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기후와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 규모가 369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30년 30%였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계획을 최근 오히려 20% 대로 축소했고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일본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전력구매 계약을 할 때 초기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비를 보조해 주고 미국은 재생에너지 지분투자 또는 자가발전 기업에 투자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업이 쉽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거래 기반과 관련 보험, 계약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전 세계가 탄소장벽을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빌미로 선진국들은 관세로, 공시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저탄소 기술과 넓은 대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뛰는 한국이 탄소중립에 머뭇거린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기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의 도전과제와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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