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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초읽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CEO 시선 고정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2-24 15: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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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초읽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CEO 시선 고정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절차의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즈니스포스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절차의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 운영사 4사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김태호 신라면세점 대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이주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 등에게 이번 입찰은 각기 다른 이유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일정이 곧 시작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찰참가 신청을 받는다.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다음날인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공항면세점 대부분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입찰이 진행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신규 사업권은 모두 7곳이다. 면적으로만 따지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공하고 있는 전체 면세장의 70%가 넘는 '역대급 입찰'이다.

신규 사업권 7곳은 일반 사업권 5곳(63개 매장, 2만842㎡)와 중소·중견 사업권 2곳(14개 매장, 328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찰 조건도 면세점 사업자의 구미를 당긴다. 과거에는 기본 운영 기간 5년에 추가로 5년을 보장해주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기본 운영 기간이 10년으로 대폭 늘었다.

낙찰받기만 하면 긴 호흡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면세점 사업자의 관심을 당기는 매력 요인이다. 이번에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향후 10년 동안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도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임대료 징수 방식이 바뀐 것도 입찰 흥행을 견인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에는 면세점 사업자에게 고정임대료를 받았지만 이번 입찰에서는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와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면세점 사업자들이 한국면세점협회와 같은 단체를 통해 계속 요구했던 요청 사안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 면세점 4사 모두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면세점 4사 모두입찰 참여 여부를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참여한다는 얘기가 새어나가면 경쟁사들이 새롭게 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초읽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CEO 시선 고정
▲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왼쪽), 김태호 신라면세점 대표.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며 "하지만 참여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하겠다는 입장 이외에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 역시 "사실상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현업 부서에서도 철저히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남은 주말에도 전략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참여 여부를 확답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은 각 면세점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에게도 서로 다른 이유에서 의미가 큰 싸움으로 여겨진다.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갑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롯데면세점을 이끌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여러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 가운데 역사로나 덩치로나 면세점업계 1위다. 이번 입찰에서 이러한 상징성을 이어갈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자존심을 걸 수밖에 없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김주남 대표 취임 이후 롯데면세점은 호주 멜버른 공항면세점 사업권과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반면 김태호 호텔신라 TR부문장(신라면세점 대표)에게는 이번 입찰이 롯데면세점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태호 대표가 경쟁을 통해 매출 기여도가 더 우수한 구역의 면세사업권을 낙찰받는다면 롯데면세점을 바짝 뒤쫓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국제공항 입찰은 김태호 대표가 TR부문장에 취임한 2021년 12월 이후 첫 공항면세점 입찰이기도 하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신세계면세점 대표)에게도 이번 입찰은 그의 사업 수완을 보여줄 수 있는 첫 기회나 마찬가지다.

유 대표는 2020년 12월 신세계면세점 수장을 맡게 됐는데 코로나19 시기라는 특성상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에 몰두해왔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상권이 중복된다고 판단한 강남점을 폐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연장선에서 유 대표에게도 이번 입찰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신세계면세점이 면세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3위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임 대표인 현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덕분이었는데 이런 기조를 유 대표가 이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입찰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초읽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CEO 시선 고정
▲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왼쪽), 이주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

대기업 면세점 4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작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라고 해도 이번 입찰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가 이번 입찰에서 어떤 전략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업계 3위로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흑자 전환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의 1차 심사는 사업제안평가점수 60점, 가격평가점수 40점을 합산해 최소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선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후 관세청이 적격사업자를 선정하면 최종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각 면세점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이번 입찰의 변수는 중국 국영면세기업 CDFG의 참가 여부다. CDFG는 전 세계적으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면세기업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자금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진출을 앞두고 각 브랜드와 이미 입점 협의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국내 대기업 면세점 4사 모두 코로나19 시기 재무적 체력이 약해졌는데 CDFG가 자금력을 앞세워 입찰에서 치고 나온다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중국에게 넘어가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CDFG에게 사업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높은 입찰금액을 써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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