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3-02-16 14: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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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안전진단 완화 및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이 재건축사업에 집중되면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에서 재건축으로 사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주민 사이 갈등 조짐까지 나타난다.
▲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에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있자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지난 1월 수주한 경기 일산 강선마을 14단지 리모델링사업 조감도.
1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을 포함한 노후 택지지구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공개하면서 리모델링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지난 1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일산 강선마을 14단지는 최근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사업 추진을 요구하며 리모델링 반대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군포 산본 한양목련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도 재건축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대못'으로 여겨지는 안전진단 규제과 용적률 규제가 완화되며 리모델링보다 상품성과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이 낫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기 신도시 대부분은 1~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각각 200%, 250%, 300% 이하 용적률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용적률이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으로 일산과 분당을 제외하면 높은 편이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6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관한 내용을 확정하면서 대상 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적용하기로 해 용적률을 500%까지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용적률은 도시정비사업을 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사업요소 가운데 하나다. 용적률이 기존보다 높아질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1월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가운데 구조안정성 점수 비중이 낮아진 뒤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들도 많아지면서 규제 영향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3개 단지를 필두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개 단지,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12·13단지, 영등포구 건영 아파트 등이 잇따라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았다.
재건축 규제가 엄격했을 때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가치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으나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해제하자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실제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는 136곳으로 지난해 6월(131곳)과 비교해 5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등급 A·B·C 등급이면 추진이 가능하고 준공연한도 15년 이상이면 가능하다. 임대주택 건설의무, 초과이익환수 등의 규제도 없고 사업추진도 재건축보다 빠르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준공 30년 이상 안전진단 D·E등급이어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리모델링사업은 기존 골조(뼈대)를 유지하면서 주택을 새로 짓는 만큼 재건축을 통해 탄생한 단지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즉 미래가치를 놓고 보면 재건축사업을 통해 탄생한 아파트가 리모델링 아파트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또한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따라 기존 세대수의 세대 수 증가폭이 15% 이내로, 수직 증축도 3개 층 이내로 제한적이다. 현행 규정상 세대 사이 내력벽을 철거할 수 없기에 다양한 설계를 하지 못해 사업성이 재건축보다 낮다.
이번에 나온 특별법에서 현행 15% 이내 증가보다 더 많은 세대수 증가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범위는 나오지 않았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과 비교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비도 재건축사업과 비교해 결코 싸지 않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53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6곳을 대상으로 공사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3.3㎡당 공사비는 재건축·재개발 561만 원인 반면 리모델링은 694만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사업 진척 속도에 따라 재건축사업으로 방향을 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리모델링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려는 단지들도 있다.
리모델링 조합이 출범했다면 이를 청산하고 재건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특별법이 통과돼 용적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별로 층고 및 고도제한 규제가 따로 있어 개별 단지 단위로 일괄적으로 수혜를 본다고 보기도 어렵다.
분당 한솔6단지 리모델링 추진위는 특별법안 통과 여부와 시기를 장담할 수 없어 재건축으로 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조합이 고심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내심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는 눈치다. 재건축 규제에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단지가 늘어 사업성이 낮더라도 리모델링 관련 부서를 신설하며 대응했는데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사업을 따낼 유인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이유로 리모델링사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단지들도 있어 재건축과 리모델링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면서도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과 건설사들이 비교적 재건축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