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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1억 달러 상금 건 탄소제거기술 공모전, 인류 미래 구할까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2-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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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1억 달러 상금 건 탄소제거기술 공모전, 인류 미래 구할까
▲ 일론 머스크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에 1억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사진은 'XPRIZE' 홈페이지 화면. < XPRIZE >
[비즈니스포스트]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린 프로젝트가 있다. 일론 머스크가 1억 달러 상금을 건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XPRIZE Carbon Removal)’ 프로젝트다. 

머스크는 2025년 지구의 날(4월22일)까지를 기한으로 연간 1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자는 과제를 제시했다.

모두 1133곳의 업체가 참가해 현재 15개 기업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2025년에 발표하는 우승 기업은 8천만 달러(약 1022억 원)의 상금을 가져간다. 

전기자동차, 우주비행 등 인류의 미래 기술에 큰 관심을 보여 온 머스크가 탄소포집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해선 탄소 순환 균형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특별보고서에서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없이는 넷제로(Net Zero)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넷제로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전 세계가 CCUS기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다.

2022년 4월 발표된 제6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0기가톤(Gt)으로 1850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2390기가톤의 17%를 차지했다. 

최근으로 오면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져 2019년 지구가 내뿜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은 59기가톤으로 2010년 배출량 대비 12%, 1990년 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각 국가가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 1억 달러 상금 건 탄소제거기술 공모전, 인류 미래 구할까
▲ 기업들은 CCUS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컨퍼런스 'CERA week'에서  SK머티리얼즈 이용욱 사장(앞줄 오른쪽)이 8 rivers와 투자계약 후 캠호시 최고경영자와 악수하는 모습. <  SK머티리얼즈 > 

사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쉽지 않다. 화석연료에 기반해 발전한 산업구조 전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론 머스크 등 혁신적 투자자와 기업들은 탄소를 흡수 혹은 제거하는 CCUS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CUS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하는 방법과 폐기물 등에서 추출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활용하는 기업으로는 ‘8리버스’(8Rivers)를 꼽을 수 있다. 엑스프라이즈 본선에 진출한 15곳 기업 가운데 한 곳인 8리버스는 엑스프라이즈에 '칼사이트(Calcite)' 라는 기술을 소개했다. 

칼사이트는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격리하는 기술이다. 수산화칼륨으로 채운 대형 창고에 이산화탄소가 든 공기를 통과시켜 탄산칼슘 결정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이 기술을 통해 8리버스는 이산화탄소 1톤당 100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1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한다. 

200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설립한 8리버스에는 한국 기업의 투자금도 들어가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022년 3월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2% 가량을 획득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청정수소나 청정암모니아 생산 등 다양한 CCUS 분야에 칼사이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8리버스와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SKE&S가 투자한 기업 또한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이산화탄소 흡수제 제조기업인 씨이텍이 그 주인공이다. 

SKE&S가 8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씨이텍은 미국 켄터키대학교와 함께 한 이산화탄소 포집 실험에 성공했다. 

씨이텍은 SKE&S로부터 2021년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CCUS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이용해 SKE&S는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바로사 해상가스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시추할 때 나오는 '그레이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없애고 '블루수소' 즉 청정수소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레이수소란 천연가스 등을 시추할 때 이산화탄소가 섞여서 나오는 수소를 뜻한다. 

SKE&S는 이렇게 생산한 청정수소는 수소차의 연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KE&S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컨벤션센터에서 7일부터 열린 수소 및 연료전지 세미나(Hydrogen & Fuel Cell Seminar, HFCS)에 참가해 수소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SKE&S 관계자는 "CCUS 기술기반의 저탄소 LNG 사업으로의 전환과 블루수소 생산 등 수소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정수소가 CCUS의 낮은 수익성을 극복할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CCUS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선글라스, 보드카, 옷 등 제품을 만드는 사업 아이디어가 소개된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아 수익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없애 만든 블루수소로 수소전지를 만들어 상용화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1억 달러 상금 건 탄소제거기술 공모전, 인류 미래 구할까
▲ 참 인더스트리얼은 옥수수 등 농작물 찌꺼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바이오 기름을 만든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참 인더스트리얼 사무실 바깥 한켠에 죽은 옥수수 줄기와 이파리를 모아 둔 모습. < Charm Industrial >
죽은 식물 등 폐기물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식품에 첨가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기업 참 인더스트리얼(Charm Industrial)은 죽은 옥수수 등 농작물 찌꺼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바이오 오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몸속에 저장했다가 죽은 다음 다시 공기 중으로 내뿜는다. 

피터 라인하르트 참 인더스트리얼 최고경영자(CEO)는 1월12일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 영상에서 “미국에서만 한 해 1백 만 에이커 넓이의 경작지에 심어진 옥수수들이 6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5%의 옥수수는 그대로 땅에 버려져 썩으며 그 과정에서 흡수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 중에 내뿜는다”며 죽은 식물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 인더스트리얼은 죽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바이오 오일을 만들어 바비큐 소스 생산 등에 활용한다. 

그러나 CCUS에 모두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CCUS가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을 위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 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CCUS 설비가 26개에 불과하다”며 “CCUS 옹호론자들의 의견처럼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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