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1-16 13: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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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는 새해마다 오답노트를 정리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9일에도 개인 블로그에 ‘2022년을 보내며 정리한 10가지 배움’이라는 글을 올렸다.
▲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사진)는 9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쏘카의 사업 구조를 유독 강조했다.
2012년부터 이런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올해 기준으로 그가 정리한 배움은 110개가 넘었다.
올해 오답노트에는 쏘카의 상장과 관련한 소회들이 많았다.
박 대표는 '상장은 기업의 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라는 항목에서 "작년에 회사의 가장 큰 이벤트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한 일이었다"며 "길게 봤을 때 회사의 상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회사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성장해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앞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해봤을 때 당장 기업가치의 아쉬움을 감내하더라도 상장사가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쏘카는 지난해 8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기대했던 몸값을 인정받지 못해 상장을 철회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박 대표는 공모가격을 낮춰 상장을 마무리했다.
그는 "기존의 기업가치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를 성장시키고 좋은 가치를 받도록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적 손해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기는 의사결정을 하는 게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박 대표는 상장과 관련해 “상장사가 되면서 회사의 내부 시스템과 지속가능한 역량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이제 막 상장한 회사가 시장의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은 아주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 등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올해 오답노트가 예년과 다른 지점은 '반성'이나 '소회'뿐 아니라 '다짐'이 적지 않게 담겨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쏘카의 수익성 문제를 놓고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을 단호하게 끊어내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보였다.
박 대표는 2021년은 유동성의 시대였지만 2022년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뀐 시기라고 진단하며 이런 시대에는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해 이익을 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기존에 잘 하고 있었고 우리 회사를 여태까지 만들어준 사업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 이익을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쏘카가 잘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흑자 기조를 안착하는 데 주력하며 한편으로는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박 대표는 "상장을 한 뒤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3개월마다 실적 발표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며 "과거에는 1년 단위 호흡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상장 이후에는 3개월 단위로 실적을 발표하며 조금 더 가쁜 호흡으로 실적을 만들고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적응이 쉽진 않지만 좋은 실적을 숫자로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가는 것이 상장사로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판단한다며 올해는 쏘카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시장과 소통 빈도를 늘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좀 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신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쏘카가 기존에 해왔던 사업과 결이 다른 사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방안은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의중으로 보인다.
그는 “회사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몇몇 경영자들(특히 0에서 1을 만들어본 창업자의 경우)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며 “(그러나) 회사가 이익을 내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핵심 비즈니스의 본질에 집중해 이익을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봤다.
박 대표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해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두면 정말 멋진 일이겠지만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의 축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사업을 창조해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그러기에 가장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고 이미 장기간 운영하며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핵심 비즈니스의 주요 레버들을 파악하여 빠르게 그 레버를 조정함으로써 이익 구간에 다가가는 것이 더 높은 성공 확률을 가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쏘카가 16일 발표한 차량 관제·관리 시스템 실증사업은 이러한 박 대표의 다짐과 부합하는 사업으로 여겨진다.
쏘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VCNC(타다 운영사)와 손잡고 차량 관제·관리 시스템(FMS) 실증사업을 새 사업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FMS 시스템은 쏘카가 지난 12년 동안 차량공유 사업을 펼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기술이다. 쏘카는 차량 2만여 대를 운영하면서 차량 내 무선 통신 서비스인 텔레매틱스를 설치해 여러 데이터를 전송받고 이를 토대로 차량을 관리해왔다.
쏘카가 계속 발전시켜온 이 기술은 차량의 위치뿐 아니라 상태, 운전습관,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앞으로 단순히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 등 다른 이동수단으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다른 모빌리티에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는 뜻이다.
최근 롯데하이마트와 협력한 것도 쏘카 사업의 본질을 활용하자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쏘카는 12일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탄소 절감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토대로 전국 롯데하이마트 매장 140여 곳의 주차장을 ‘쏘카존’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쏘카 계열사로 주차장 앱(애플리케이션)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 역시 롯데하이마트 매장 30여 곳의 주차장을 롯데하이마트로부터 제공받게 된다.
박 대표가 쏘카의 흑자와 관련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은 그가 최근 쏘카 주식을 매입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쏘카는 박 대표가 4일 쏘카 주식을 4937주 장내매수했다고 9일 공시했다. 박 대표가 쏘카 지분을 매입하는데 쓴 돈은 모두 1억 원이 넘는다.
통상 시장에서는 한 기업의 오너나 전문경영인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을 회사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한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종합하면 쏘카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010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내 지난해 2, 3분기에 이어 세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