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시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가치를 크게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주가 부양에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백신사업 등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3월1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투자자들은 주식을 긁어모았다. 주가는 공모가의 2배인 13만 원에서 시작해 단숨에 상한가 16만9천 원을 찍었다. 장 마감 후 시가총액은 12조9천억 원.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29위를 기록했다.
당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역사는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됐다"며 "앞으로 쓰일 도전과 패기의 역사에 함께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 뒤로 약 2년이 지났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그래프에서 상장 첫날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주가가 7만 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오면서 시가총액은 5조8천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275.47대 1, 일반 투자자 청약 증거금 63조 원 등 자본시장 신기록을 세우며 코스피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코로나19로 힘받은 주가 코로나19로 추락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 하락의 원인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점점 더 약해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상장 전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코로나19 백신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임상에 속도를 내는 한편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백신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일감을 연달아 수주했다. 한국 최대 기업집단 중 하나인 SK그룹 산하 기업이라는 점도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상장 첫 해까지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회사 실적은 2021년 역대 최대치인 매출 9290억 원, 영업이익 4742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5배, 영업이익은 20배 이상 급증한 성적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주가는 지속 상승해 20만 원대를 지켰다.
하지만 다시 해가 바뀌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외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늦게 개발되는 백신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백신 위탁생산사업 규모가 점차 축소되면서 실적도 위축됐다. 해외에서는 '백신 과잉공급'이라는 단어마저 고개를 내밀었다. 주가는 어느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허가받아 같은 해 9월 공급을 시작했으나 장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더 뛰어난 해외 백신들이 이미 국내에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 글로벌 공급 방안도 큰 진전이 없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재무적 성과로 연결되리라는 믿음은 어느 때보다도 약해졌다.
◆ 안재용의 2023년, 백신사업 글로벌화로 반등 모색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 보유한 백신사업 역량은 별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코로나19 이후 백신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국내에서 백신 제조허가는 16건이 나왔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 가운데 8건을 차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국내 독감백신시장에서 GC녹십자를 뛰어넘어 생산실적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국내 백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재용 사장은 이런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해 11월 새로운 성장 전략 'SKBS 3.0'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진출이다. 인수합병, 합작법인 설립, 해외 백신 생산거점 구축, 신기술 확보 등을 통해 세계로 사업영역을 대폭 확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안 사장은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매진한 결과 지금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이젠 글로벌 백신·바이오산업의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조직도 글로벌 진출에 적합하게 재편됐다. 지난해 10월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법인이 세워졌고 12월에는 김훈 CTO가 글로벌R&BD(연구 및 사업개발) 대표로 승진해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SKBS 3.0 전략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합병 대상을 확정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안 사장은 1조 원이 넘는 보유 현금을 토대로 인수 자산을 100개 이상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백신 제품군의 확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프리미엄 백신으로 꼽히는 자궁경부암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폐렴구균 백신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협업으로 개발돼 임상2상이 진행되는 중으로 올해 임상3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또 장티푸스 백신의 경우 지난해 수출용 품목허가를 획득해 올해 글로벌 공급이 예상된다.
안 사장은 지금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성장을 이끌어온 백신 위탁생산 쪽에서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이 적은 위탁생산 일감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새로운 위탁생산 고객사와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탁생산사업 가치는 코로나19 백신 위주 생산으로 훼손돼 있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일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확보할 경우 위탁생산사업 가치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