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매치] 테슬라-일론 머스크 GM-메리 바라, 미국 전기차 주도권 경쟁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메리 바라 GM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2023년 이후 미국 전기차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메리 바라 GM 회장이 2023년 미국 전기차시장의 본격 개막에 맞춰 확실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대결을 앞두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다. 북미에서 생산해 판매되는 전기차는 올해부터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45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야당인 공화당과 주변 국가의 반대에도 미국 정부가 이런 법안을 강행한 목적은 미국 전기차산업 발전을 통해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자동차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자연히 전기차 보조금 지급 확대에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 다수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존 강자인 테슬라와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꼽히는 GM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사업 전략을 앞세우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의 ‘혁신가’ 이미지가 테슬라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과 발언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지만 그만큼 과감한 사업 전략으로 지금의 테슬라를 만들어 낸 명실상부한 전기차 업계 ‘1인자’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에서 아직 전기차는 신기술 분야에 민감한 특정 소비자층이나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상품으로 인식된다. 테슬라의 주력 차종 라인업이 대부분 고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메리 바라는 GM의 전기차 시장 진출을 처음 추진할 때부터 이와 확실하게 상반되는 전략을 앞세웠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GM은 저가형 전기차 ‘볼트’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연간 판매량은 약 3만8천 대로 미국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등극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볼트 전기차 판매 확대에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보조금을 최대로 적용한 판매가격이 1만9천 달러(약 2400만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모델3 미국 판매가격이 최대 보조금을 적용해도 4만 달러에 가깝고 모델S 등 상위 라인업은 가격 상한제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CEO 매치] 테슬라-일론 머스크 GM-메리 바라, 미국 전기차 주도권 경쟁

▲ GM 보급형 전기차 주력상품 '볼트EV'.

GM은 2023년부터 전기 픽업트럭과 SUV 등 실용성을 앞세운 전기차 라인업도 새로 선보여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한다. 대부분의 차량에 정부 지원금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 바라 회장은 2035년까지 GM을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두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생산과 판매를 과감하게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GM은 전기차 시장에서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며 “그리고 나는 이기기 위해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는 GM의 전략이 경쟁사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선보여 주류시장에 진입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구매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를 달성하려면 미국 인플레이션법 시행을 최대한 효율적인 성장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

메리 바라는 18세 때부터 아버지가 일하던 GM 자동차공장에서 근무하며 기술 교육을 받았다. 이후 GM에서 다양한 직무를 거치면서 마침내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그가 과거의 GM을 뒤로하고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GM은 메리 바라의 리더십 아래 최근 수 년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오펠 등 주요 브랜드를 매각하고 유럽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이뤄졌다.

결국 GM은 이를 통해 포드 등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전기차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유리한 사업 체질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다수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GM의 전기차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결정도 메리 바라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다른 기업들이 GM을 뒤따라 직접 배터리공장 투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메리 바라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GM이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전기차 중심의 사업 전략을 얼마나 빨리 실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CEO 매치] 테슬라-일론 머스크 GM-메리 바라, 미국 전기차 주도권 경쟁

▲ 테슬라 전기차 주력차종 '모델Y' 이미지.

테슬라는 GM의 거센 공세에 직면해 미국 전기차시장을 수성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고 있다. 최근의 여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2022년 테슬라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130만 대로 2021년과 비교해 40% 늘었다. 그러나 연초 설정한 목표치인 5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기가 커진 2022년 4분기 판매량 증가율은 30% 안팎으로 낮아졌다.

미국에서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GM과 같은 경쟁사의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며 소비자들에게 테슬라 이외에 많은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한 장점으로 앞세우고 있던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를 향한 소비자들의 여론 악화로 리스크를 안게 된 상황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독선적 태도와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브랜드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로 전기차시장 개막을 이끈 혁신가로 인정받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평판을 깎아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GM은 이미 미국에서 오랜 역사에 걸쳐 소비자들에 신뢰를 얻은 기업이다. 볼트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우수한 판매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는 근거로 꼽힌다.

메리 바라는 GM의 이런 브랜드 이미지에 전기차 분야에서도 우수한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더해 효과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아직 GM이 넘어야 할 미국 전기차시장 진입 장벽은 매우 높다. GM이 2022년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227만 대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경제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