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EUV 반도체장비 관련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하는 반도체 노광공정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와 관련한 기술 특허를 출원하며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글로벌 독점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에 자극을 받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장비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을 완전히 독립하려 시도하며 화웨이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들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중국 IT전문지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중국 특허당국 승인을 받아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노광공정에 관련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해당 특허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와 관련한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EUV 장비는 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공정에 사용된다. EUV 기술을 활용하면 회로선을 매우 미세하게 새길 수 있어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기업은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EUV 장비를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해당 장비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화웨이가 이번에 EUV 반도체장비에 쓰일 수 있는 기술 특허를 출원한 것은 ASML의 독점체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자전문지 테크스폿은 화웨이가 EUV장비 상용화를 위해 중요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번에 출원한 특허 내용을 두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넘어 차세대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까지 내놓으면서 EUV장비를 활용하는 반도체 미세공정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애플과 퀄컴, AMD와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구현에 필요한 미세공정 반도체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로 7나노 미만 공정의 반도체를 사들이기 어려워져 앞으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 정부는 ASML의 EUV장비를 중국에 반입하지 못 하도록 하는 강경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중국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EUV 관련된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 것은 미국의 이런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전문기업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장비 및 고성능 반도체 수출규제를 오히려 자국 반도체산업 및 공급망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반도체 및 관련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부 차원에서 중국 기업들 사이 기술 협력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앞세웠다.
최근에는 약 5년 동안 1조 위안(약 182조6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형태로 현지 반도체기업의 생산 투자와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굴기를 넘어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 굴기를 선언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자국 반도체 관련산업 육성에 뛰어든 셈이다.
화웨이도 EUV장비와 관련한 특허 출원을 통해 중국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반도체 장비 독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
이번에 화웨이가 출원한 기술 특허를 두고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해당 특허는 EUV장비에 사용되는 적어도 수천 개의 부품 가운데 일부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전자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도 EUV장비 상용화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부품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고 이와 관련한 다른 소재 공급망도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ASML이 처음 EUV장비 개발에 나선 뒤 이를 실제로 고객사에 판매하기까지 17년에 이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도 부정적 시각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외국언론은 화웨이의 특허 출원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한다.
대만 경제일보는 “화웨이의 특허 출원은 앞으로 이와 관련한 반도체장비 연구개발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내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EUV 장비와 관련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크스폿은 이번 특허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급화를 위한 '1보 전진'에 해당한다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 독립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까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