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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김상협 "풍력 비중 40%까지 높이겠다"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2-11-2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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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김상협 "풍력 비중 40%까지 높이겠다"
▲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장은 "한국의 현재 주력산업은 반도체지만 다음은 초격차 녹색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대 풍력 비중은 87 대 13다. 2030년엔 이 비중이 60 대 40이 될 것이다. 풍력 중에서도 해상풍력을 중점적으로 키울 것이다. 수소는 아직 비중이 적지만 앞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장은 2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청정에너지 수요를 생각해야 한다”며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해상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발표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5개년 기본계획의 방향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현재 재생에너지 중 13%를 차지하는 풍력의 비중이 40%로 높아진다면 풍력산업 규모 역시 두배 이상 커진다. 올해 8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발전 에너지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1.6%로 2020년 기준 6.5%보다 세배 넘게 확대된다. 김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풍력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올해 8월 탄녹위 민간위원장으로 선임된 김 위원장은 정부측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 소속 기구인 탄녹위를 이끌고 있다.

탄녹위는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정책 및 계획, 그 시행에 관한 사항 심의·의결한다.

의결된 정책과 계획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로 전달돼 정책수립에 반영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렸던 COP27에 다녀온 그를 정부 서울 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났다.

한국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김 위원장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종일 여러 회의와 행사에 참석하느라 오후 4시반이 넘도록 끼니를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의 눈빛이 형형해졌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막후에서 벌어진 일들과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얼굴도 점점 생기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현재 주력산업은 반도체지만 다음은 초격차 녹색기술이 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미국 등 먼저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까지도 녹색기술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 지난주 COP27에 다녀온 것으로 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최대 이슈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과 함께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이었다. 한국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막후에서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은 미국과 1000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지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집트와는 세계 최대 풍력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10기가와트(GW), 원자력발전소 10개 규모다.”

- 산유국이 청정에너지 투자를 시작하는 건가.

“아랍에미리트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의 수소생산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엔 (태양광, 풍력 등) 여러 재생에너지원이 많은데, 이걸 기반으로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 블루수소(탄소배출을 줄인 수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총회 기간 중 만난 사우디의 압둘 아지즈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과 재생, 수소 등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탄소중립이라는 엄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수소 즉 신에너지도 봐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 시대가 기대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터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김상협 "풍력 비중 40%까지 높이겠다"
▲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이 COP27 외교부, P4G 공동주관 행사 전에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김 위원장, 하이데 드 파르마 네덜란드 왕세자 겸 기후특사, 프란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 부통령. <탄녹위> 
- 에너지믹스 전략에서 수소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인가.

“수소는 아직 비중이 적지만 앞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무탄소 전원으로 의미가 있다. 양대축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다. 균형 있는, 믿을 수 있는 에너지축을 가진 채 나머지(에너지원)에 열려 있어야 한다. 에너지믹스 정책의 원조는 윈스턴 처칠 수상이다. 영국은 석탄 광산 보유국가인데도 처칠은 에너지는 다양성을 가져야 안전해진다면서 석유 수입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한 일간지에 윈스턴 처칠의 ‘에너지 전환’에 관한 칼럼을 기고한 적 있다. 기고문에서 그는 처칠이 해군제독이었던 시절의 일화를 전했다.

1911년 처칠은 영국 함정이 독일의 해군력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화력과 더 빠른 속력’을 갖춰야 한다며 전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영국인은 처칠을 비난했다. 산업혁명의 종주국 영국의 힘은 와튼의 증기기관과 웨일스 지역의 석탄 덕분이라는 자부심을 처칠이 건드렸던 것이다.

1913년 의회에 불려나간 처칠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대영제국의 안전과 확실성을 보장할 에너지 정책은 “다양성, 오직 다양성뿐(variety and only variety)”이라고.

이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의 전함은 결국 독일의 전함을 눌렀다. 영국이 페스시아 제국, 지금의 이란에서 들여온 석유 덕분이었다. 이 새롭고 강력한 에너지원은 전함의 기동성을 크게 높여 승리를 이끌었다.

이 일화와 함께 김 위원장은 “에너지 선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초당파적 태도가 중요하다”는 석학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의 말을 전했다. 에너지 믹스의 철칙은 다양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 전략, 탄소중립 전략도 다양성에서 찾고 있었다. 재생에너지는 해상풍력까지, 신에너지는 수소와 암모니아까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해상풍력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다국적 캠페인) 참여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하려면 해상풍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양광은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산지가 많아 태양광 입지가 좁다. 대신 3면이 바다다. 해상풍력은 경쟁력이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태양광이 87%, 풍력이 13%다. 2030년엔 이 비중이 60%대 40%가 될 것이다. 풍력 중에서도 해상풍력을 중점적으로 키울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풍력은 비용이 많이 든다. 한국자원경제학회는 ‘균등화 발전비용 메타분석’ 보고서에서 2030년 1kWh당 균등화 발전비용이 육상풍력은 95.08원, 해상풍력은 179.71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육상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은 100kWh 태양광(96.55원)보다 싸질 전망이었다. 해상풍력은 태양광보다 83원 정도, 육상풍력보다 84.7원 높았다.

균등화발전비용이란 전력(㎾h)당 소모되는 비용을 뜻한다. 투자비, 운전유지비, 연료비, 탄소배출비용, 해체 및 폐기물 관리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다.

- 해상풍력 비용은 육상풍력의 두 배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는데.

“독일의 해상풍력은 정부가 보조금을 없앴는데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규모의 경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단순히 가격으로만 따지면 안 된다.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려면 석탄 등 화석연료를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발전에서 1순위 에너지원이 석탄이다. 2030년엔 4위로 내려갈 것이다.”

실제로 풍력의 비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는 2019년 대비 각각 13%와 9% 떨어졌다. 2010~2020년 기간에는 각각 56%와 48% 하락했다.

-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여러 자리에서 강조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결구도로 보면 안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상호보완 통해 화석연료를 종식시키게 해야 한다. 탄소흡수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갯벌, 산림 등 탄소흡수원이 풍부하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부처들이 탄소흡수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탄녹위가 적극 뒷받침할 것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2020년 원희룡 제주도지사 시절에는 제주연구원 원장으로,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대통령실 녹색성장환경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낸 바 있다.

당시녹색성장 즉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녹색성장기획관이던 시절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녹색기후기금(GCF) 같은 국제기구가 설립돼 한국의 송도에 자리 잡았다. 녹색기술센터(GTC)가 설립됐다.

탄녹위 위원장으로서 그는 “이 기구들이 제대로 상호작용해 녹색성장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두 개의 단어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로 보였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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