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현대차와 시너지를 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모셔널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 <모셔널> |
[비즈니스포스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완전자율주행차 직전 단계인 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안정적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현대차와의 시너지도 가능해 레벨4 자율주행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에서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기준 자율주행 기술은 6단계로 분류되는데 레벨0~2는 운전자가, 레벨3~5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주도권을 쥔다.
그 가운데 레벨4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위험상황에 운전자가 개입하는 '고등 자동화', 레벨5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자동화' 단계를 말한다.
최근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이 함께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창업 6년 만에 문을 닫았다. 늦어지는 수익성 확보 시점이 아르고AI의 발목을 잡았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르고AI와 관련해 "수익성이 있고 실현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리고 비용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며 "해당 기술을 반드시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카리아드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보쉬' 및 중국 선도 인공지능(AI) 칩 개발업체 '호라이즌로보틱스 등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속할 계획을 세웠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앞선 자율주행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도 12건 이상의 자율주행보조기능 관련 사고가 발생한 데다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미국 법무부의 비공개 조사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2024년까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카를 포크트 크루즈 CEO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90일 안에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GM의 크루즈는 올해 2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6월 자율주행차량이 갑자기 멈춰서는 오류로 추돌사고를 내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안전 논란이 일었다.
이에 GM은 자율주행차 80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한 리콜을 진행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허가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 사업 추진 일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대차 모셔널은 GM 크루즈와 함께 미국 내 완성차업체가 운영하는 로보택시 업체 중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포드의 사업 철수로 완전자율주행에 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현대차 모셔널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모셔널은 이달 미디어데이를 방문행사를 열고 로보택시 차량의 비용구조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모셔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5억 달러(약 2조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은 2020년 설립 당시부터 2024년까지의 기술개발 일정과 자금조달 방안을 확정했다.
GM의 크루즈 사례를 보면 올해 2분기 유료운행을 시작했음에도 5억 달러(약 6800억 원)의 적자를 봤다. 그만큼 자율주행차량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의 지원 아래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재무적 토대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부터 모셔널은 로보택시와 운송, 자율주행 시스템 외부판매 등으로 구성되는 매출구조를 본격적으로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3위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연구원 "모셔널의 파트너사가 세계 3대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은 레벨4 자율주행 사업을 차량 설계 초기부터 같이할 수 있다는 엄청난 경쟁우위를 갖춘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GM과 포드와 비교해 판매량뿐 아니라 글로벌 거점 차원에서도 이미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셔널은 자체 브랜드로 서비스를 펼치는 GM의 크루즈와 달리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우버, 리프트와의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한 점도 차별화 요소로 평가된다.
모셔널은 지난달 우버와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활용한 레벨4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모셔널은 우버와 같은 주요 네트워크 내에서 카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과 배송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최초의 자율주행차 회사가 됐다. 모셔널은 올해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우버이츠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내년 초부터는 리프트의 플랫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내놓는데 업계에서는 이 시점에서 모셔널의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카헤일링 업체로서 모셔널이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부담이 따르는 만큼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차량 공유업체와의 협력은 자율주행차량 투입 초기 단계 수익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셔널이 10만 건 이상 진행한 자율주행 실증에서 한 건의 결함도 기록하지 않은 점도 로보택시 사업 전망을 밝히는 부분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과 모셔널은 현재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은 로보택시 시장규모는 53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완전자율차량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까지 모셔널은 앞으로 2~3년 동안 자율주행차 선도 업체로 치고 나가기 위해 레벨4 자율주행시장 선점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셔널의 자율주행차 사업에 있어 유인 차량과 비교해 비용의 효율성을 달성하는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비용이 하락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