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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전기차시장 입지 다지는 현대차그룹, 신흥국은 저가차 경쟁력 필요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1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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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전기차시장 입지 다지는 현대차그룹, 신흥국은 저가차 경쟁력 필요
▲ 현대차그룹이 개도국의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맞춘 저가 전기차 모델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우링 '에어EV'. <우링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전환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신흥개발국 자동차시장에서 저가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주력 모델로 선진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신흥개발국의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전기차 모델 출시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국민기업 타타자동차는 현지 시장에 맞춘 1천만 원대 저가 소형 해치백 전기차 티아고EV를 최근 내놨다.

상위트림 기준으로 55kW(킬로와트) 모터를 탑재해 114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낸다. 배터리 용량은 24kWh(킬로와트시)로 완전충전하면 315km를 갈 수 있다. 가격은 약 1만 달러(1400만 원)이다.

티아고EV는 사전계약 물량만 1만 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인도 현지에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GM우링자동차(우링)는 올 8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전략형 소형 전기차 '에어EV'를 내놨다.

30KW, 50KW 두 가지 전기모터로 구성됐으며 17.3~28.4kWh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200~300km를 갈 수 있다. 가격은 2억3800만 루피아(약 2천만 원)이다. 

에어EV는 출시되자마자 인도네시아 현지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신흥개발국이 아닌 선진국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선도적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대에서 각종 자동차 관련 상을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차'를,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현대차그룹은 3대 올해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전기차로 2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실제 시장에서 판매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6만7305대를 판매해 판매량 5위에 올랐다. 내수 판매 중심인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1위는 테슬라, 2위는 폭스바겐 그룹이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폭스바겐과는 지난해까지 20만 대 이상 벌어져 있던 격차를 아이오닉5와 EV6가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한 올해 5만 대 수준으로 줄였다. 테슬라를 제외한 기존에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온 완성차업체 가운데 선두권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신흥개발국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자동차 시장에선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에 있어 가성비를 우선순위에 놓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1~10월 인도네시아 판매 1위를(4만6259대) 달리고 있는 동남아시아 현지 전략모델인 소형 세단 혼다 브리오의 판매가격은 1억5790만 루피아(약1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올 상반기 인도 베스트셀링카인 소형 해치백 마루티 왜건-R은 기본 판매가격은 53만9500루피(약 880만 원)로 한화로 1천만 원이 채 안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5의 시작 가격은 7억1800만 루피아(약 6100만 원)로 상품성을 떠나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8월 우링이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해 내놓은 에어EV는 신흥시장에서 소비자의 전기차 선택에 가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매량으로 보여줬다.

현대차는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동남아지역 첫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전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첫 현지 전기차 생산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인도네시아에서 454대의 전기차를 팔아 현지 시장에서 92%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그 중 아이오닉5가 395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인 9월 우링은 인도네시아에서 에어EV 1887대를 팔아치우며 월간판매 261대를 기록한 아이오닉5를 단숨에 밀어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720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이오닉5의 30%에 불가한 가격에 나온 에어EV가 초기 전기차 시장 수요를 창출하며 지난해 인도네시아 연간 판매량의 2배가 넘는 전기차를 단 한 달만에 판매한 것이다.
 
선진국 전기차시장 입지 다지는 현대차그룹, 신흥국은 저가차 경쟁력 필요
▲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신흥개발국 시장의 전기차 성장속도는 선진국 시장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돼 초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일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 전기차 판매는 올해부터 연 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7년 6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신흥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오닉5를 비롯한 현재 전기차 라인업 이외에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신흥개발국 전략형 저가 전기차 모델을 서둘러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공략을 위해 현지 전략형 전기차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전기차 판매1위 모델인 홍광미니의 중국 판매가격은 3만2800위안(약 620만 원)부터 시작한다. 1회충전 주행거리가 200km에도 못미치지만 내연기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에 내년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는 프로젝트명 OE, 기아는 OV로 알려진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3천만 원대 가격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판매되는 현대차그룹 주력 전기차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중국 저가 전기차보다 월등한 상품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에 머물지 않고 현대차그룹은  인도 등 신흥개발국 시장에서도 저가 전기차 생산을 위한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영업·마케팅·서비스 담당 이사는 6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인도에 프리미엄 전기차를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도를 위한 소형 전기차 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며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부품 공급과 생산을 최대한 현지화할 것" 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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