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양대축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4분기에는 지금과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부문이 약진하고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부문은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 마지막 분기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남매 4분기 실적 성적표 바뀐다, 이마트 '약진' 신세계 '주춤'

▲ 올해 상반기에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부문이 약진하고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부문은 다소 주춤했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나온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14일 증권업계에 분석을 종합하면 4분기에 이마트는 본격적으로 손익을 개선하고 백화점부문의 실적 개선세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이를 위해 비효율적인 PP센터를 15개 줄였다. 4분기에는 추가로 3개를 폐쇄해 연말에는 PP센터 수가 100개로 줄게 된다. 

PP센터는 '고르고(Picking) 포장한다(Packing)'는 의미의 영문자 앞 글자를 딴 물류처리공간으로 현재 전국 이마트 매장에 마련돼있다.

PP센터는 이마트 손익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3분기 이마트의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 정도 줄었는데 이는 인건비와 PP센터 수수료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PP센터 효율화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4분기부터는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온라인 시장 성장률 둔화를 고려했을 때 이마트에게 온라인플랫폼의 공격적인 외형 성장보다는 적자 축소가 긍정적이다”며 “4분기부터 온라인 플랫폼(쓱닷컴, 지마켓)의 적자와 PP센터 수수료 비용 증가의 둔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 전략은 3분기부터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조7074억 원, 영업이익은 1007억 원을 냈다. 1년 전 3분기보다 매출은 2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3%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는 자회사인 SCK컴퍼니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의 서머캐리백 환불 관련 일회성 비용 358억 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평균 기대치인 1283억 원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온라인 사업의 주축인 쓱닷컴과 지마켓 또한 모두 수익성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 프로모션을 줄이면서 영업적자 폭이 감소했다. 

3분기 쓱닷컴의 영업손실은 231억 원으로 1년 전 같은기간보다 영업손실 151억 원을 줄였다. 

지마켓은 영업손실 149억 원을 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마트 실적에 연결자회사로 반영돼 지난해 3분기 실적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82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해 손실이 33억 원이 감소했다. 

반면 정유경 총괄회장이 이끄는 백화점부문은 4분기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부대비용의 부담이 늘면서 4분기 영업이익률이 실적 기대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7분기 연속으로 전년대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백화점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의 눈높이도 높아져 시장 컨센서스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3분기 신세계는 영업이익을 50% 가까이 늘렸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약 12% 밑돌았다. 신세계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여러 증권사는 오히려 신세계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면세점 등 주요 사업의 이익 증가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2023년에도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익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증가폭은 기존 전망치 대비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면세점이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신세계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감면정책이 올해 말까지만 적용된다면 신세계면세점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위기에 여객이 급감하자 매출 연동 방식으로 전환해 면세점들의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조만간 입찰이 새로 시작되면 면세점의 임대료는 현재의 매출 연동 방식이 아닌 정해진 금액을 고정으로 내는 고정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면세점의 ‘큰 손’이었던 중국의 수요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0) 코로나19 정책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오히려 백화점이 매출 증가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사업과 마트사업은 산업의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에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사업과 마트사업이 모두 있어 그룹 전체로 보면 서로 실적을 보완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