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CDO)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다양한 플랫폼과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위탁개발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카드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꺼내들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10년 동안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RO) 등 모든 바이오의약품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본격 도약하겠다."
2020년 12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을 당시 한 말이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존 림 사장의 목표 중 위탁생산(CMO) 부분은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른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달성이 가까워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인 증설로 2, 3위 기업들과 생산능력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를 보면 다음은 위탁개발(CDO) 차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다양한 플랫폼과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다.
◆ 빠르고 효율적인 개발을 세계로
위탁개발은 자체 세포주와 공정개발 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포주·공정 및 제형개발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후보물질을 발굴했어도 스스로 생산공정을 개발하고 임상에 착수할 역량이 모자라는 기업에게 필요한 서비스다.
존 림 사장은 위탁개발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카드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꺼내들었다. 다른 위탁개발생산(CDMO)기업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발을 보장해 고객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플랫폼은 2021년 9월 공개된 ‘에스-셀러레이트’다. 에스-셀러레이트는 세포주 개발, 임상 물질 생산, 임상시험계획신청(IND), 품목허가신청(BLA)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을 표준화해 지원한다.
에스-셀러레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시험계획신청까지 빠르면 9개월 안에 완료할 수 있다. 통상 연 단위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를 대폭 단축함으로써 고객사가 경쟁기업보다 앞서 바이오의약품을 시장에 내놓도록 돕는다.
존 림 사장은 대표 선임 당시에 “풍부한 경험과 데이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축한 위탁개발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가 바이오의약품 개발 소요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총소요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플랫폼 개발은 올해 들어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디벨로픽’을 함께 내놨다.
에스-듀얼은 불안정한 이중항체의 구조를 개선해 효과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높은 수율을 구현한다. 디벨로픽은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의 신약개발 리스크를 줄여준다.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이중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개발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존 림 사장은 발달된 플랫폼 기술을 더 많은 고객사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글로벌 거점을 확장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202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연구개발센터를 열고 위탁개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존 림 사장은 여기에 더해 미국 보스턴, 중국, 유럽 등에도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앞으로 위탁개발 분야에서 위탁생산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위탁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위탁개발 수주는 10여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고객 저변을 넓히면서 수주 규모는 빠르게 늘어 2022년 상반기 누적기준 100여 건을 달성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제약바이오 전시회에서 위탁개발 플랫폼 에스-듀얼과 디벨로픽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 왜 위탁개발인가
통상 위탁개발 일감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것으로 여겨진다. 위탁개발을 맡기는 기업이 대부분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발이 완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생산 서비스는 대규모 물량을 수주할 수 있어 상당한 매출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위탁생산기업이 위탁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해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위탁개발이 위탁생산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개발 고객사가 바이오의약품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에게 상업용 물량의 생산도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5월 보고서를 통해 “위탁개발사업은 수익성은 높지 않으나 생산 전주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사 요구를 충족하면서 위탁생산 고객을 미리 선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기업들은 위탁개발 서비스를 강화해 위탁생산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기업 중 첫 손에 꼽히는 스위스 론자는 대표적 바이오의약품인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최근 주목받은 차세대 의약품을 대상으로도 위탁개발을 제공하는 중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기준으로 1천 건이 넘는 위탁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를 바탕으로 위탁생산 규모도 확대해 2018년 약 18억 위안에 그쳤던 임상3상 및 상업생산용 바이오의약품 매출을 2021년 약 65억 위안까지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