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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의 늪' 퀵커머스에 발 담그는 오아시스, 새벽배송 흑자 노하우 통할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10-17 15: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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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퀵커머스는 최근 1~2년 사이 유통업계가 주목해온 산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발 빠른 배송이 업계 트렌드로 부상하다보니 오프라인 유통기업뿐 아니라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 이커머스 기업까지 모두 퀵커머스 진출에 열을 올렸다.
 
'적자의 늪' 퀵커머스에 발 담그는 오아시스, 새벽배송 흑자 노하우 통할까
▲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기업'으로 유명한 오아시스가 퀵커머스 서비스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퀵커머스 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오아시스의 행보도 주목된다.

하지만 실익이 있는 사업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흑자를 내는 사업자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오아시스가 ‘적자의 늪’과 다름없는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다양한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오아시스가 퀵커머스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오아시스의 움직임을 보면 유통업계에서 그 누구도 속 시원한 흑자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퀵커머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오아시스는 애초 지난해 말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합작법인 ‘브이’도 설립했다.

하지만 메쉬코리아가 경영난과 마주한 탓에 브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애초 오아시스가 기업소개 자료에서 밝혔던 퀵커머스 서비스 론칭 시기는 2021년 12월이었으나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오아시스가 메쉬코리아의 브이 보유 지분 전량을 25억 원에 인수하면서 퀵커머스 진출이 가시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브이의 지분구조는 오아시스 50%+1주, 메쉬코리아 50%-1주였다. 최근 오아시스의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가 계열사 실크로드를 통해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브이 지분을 전부 취득하면서 사실상 오아시스 측이 브이를 100% 지배하게 됐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메쉬코리아와 협력하면서 세웠던 기존 일정에 변화가 생기긴 했으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퀵커머스 서비스와 관련한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의 브이 잔여지분 인수를 상장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오아시스는 현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1월 중순에 승인 심사가 나면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오아시스의 계획이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간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퀵커머스 사업은 오아시스에게 이러한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여겨진다.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새벽배송해주는 단순한 업체가 아니라 퀵커머스 등으로 확장성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만 증명해낸다면 기업가치를 좀 더 후하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퀵커머스 사업이 기본적으로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오아시스의 행보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의 주도 아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퀵커머스를 꼽고 지난해부터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GS리테일의 퀵커머스 투자는 아직 결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막대한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 GS리테일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역시 퀵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익을 챙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각자 B마트, 요마트, 이츠마트 등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거점 물류창고 설립 투자 및 배달앱들의 높은 경쟁 강도 탓에 아직 이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플랫폼은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30분 안에 배송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미국 뉴욕의 퀵커머스 스타트업 ‘프리지노모어’는 올해 3월 운영을 중단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20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던 기업의 서비스 중단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촘촘하게 배송망을 까느라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고객 1명당 주문단가가 이익을 내기에 충분한 규모가 아니었던 것이 프리지노모어 파산의 대표적 이유로 분석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7억5천만 달러나 투자해 화제가 됐던 미국의 퀵커머스 기업 ‘고퍼프’ 역시 2021년 기준으로 약 65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탓에 최소주문 금액과 배송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독일의 '코릴라', 터키의 '게티르'와 같은 퀵커머스 기업들 역시 수익을 내는데 실패하며 인원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적자의 늪' 퀵커머스에 발 담그는 오아시스, 새벽배송 흑자 노하우 통할까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놓고 볼 때 오아시스가 퀵커머스로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자칫하다가 몸집과 동시에 적자 규모도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면 새벽배송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며 쌓아온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사업적 측면이라 공개하긴 힘들지만 주간배송 등을 하며 쌓아온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사업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올해 상반기에 경기 의왕에서 가동을 시작한 풀필먼트센터와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 몇 곳을 기반으로 내년 초에 퀵커머스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험해본 뒤 점차 지역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퀵커머스와 관련해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이익을 낸 것처럼 퀵커머스에서도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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