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과 휴젤이 세계 최대 보툴리눔톡신 시장인 미국 공략에 힘쓰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앨러간의 ‘보톡스’가 제품 대명사로 여겨지던 보툴리눔톡신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보톡스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미국 보툴리눔톡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용 제품에 이어 치료용 제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휴젤은 인수자인 GS그룹 컨소시엄과 공조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에서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의 치료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획득하면서 치료용 보툴리눔톡신제제 출시에 가까워졌다.
보툴리눔톡신제제는 대개 미간주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미용 제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커 치료용 제품의 비중이 미용 제품을 근소하게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보타가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검증된 질병인 경부근긴장이상은 근육이 수축돼 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증상을 말한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으로 보툴리눔톡신 투여가 표준치료법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톡스‘, ‘마이오블록‘, ‘다이스포트’, ‘제오민’ 등은 경부근긴장이상에 대해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은 임상을 통해 이런 제품들과 치료용 보툴리눔톡신 수요를 다툴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대웅제약은 미용 보툴리눔톡신제제 측면에서도 미국에서 순조롭게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판매 파트너사 에볼루스로 수출된 나보타는 211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성장했다. 2분기 대웅제약 연결기준 매출이 3221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른 국내기업인 휴젤도 미국 보툴리눔톡신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10월 들어 FDA에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툴렉스’의 미간주름 대상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애초 지난해 허가를 신청했으나 FDA 요구에 따라 데이터 보완작업을 마치고 다시 허가절차를 추진하는 것이다.
휴젤은 허가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미국시장에 보툴렉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휴젤은 최근 GS그룹 컨소시엄에 인수돼 글로벌 역량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미국사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GS그룹,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펀드 CBC그룹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올해 4월 휴젤 지분 27.91%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 부사장, 마이클 경 CBC 한국·북미대표 등 컨소시엄의 주요 관계자들이 휴젤 이사회에 합류했다. 뒤이어 브렌트 손더스 전 앨러간 회장도 휴젤 기타비상무이사로 영입됐다. 미국 등에서 휴젤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휴젤이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진행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관련 소송이 보툴렉스 미국 진출의 변수로 남아 있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등을 도용했다며 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국내기업들이 이처럼 미국 보툴리눔톡시시장 진출에 힘쓰는 까닭은 그만큼 시장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세계 보툴리눔톡신시장은 약 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미국 비중이 6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시장은 대표적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톡스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보톡스의 아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앨러간이 개발한 보톡스는 1989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으며 보툴리눔톡신제제 1호로 자리잡았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0년이 돼서야 아일랜드 엘란의 ‘마이오블록’이 허가를 받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3개 기업이 보툴리눔톡신시장에 합류했다. 프랑스 입센의 다이스포트(2009년), 독일 메르츠의 제오민(2010년)에 이어 대웅제약 나보타(현지 제품명 쥬보)가 2019년 미국 허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9월 미국 레반스의 닥시파이가 FDA 승인을 받으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보툴리눔톡신제제가 다른 의약품보다 경쟁 제품이 비교적 적었던 것은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보툴리눔톡신 균주 확보 자체가 어렵고 맹독성 물질인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한 제제를 허가받는 절차도 까다롭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만 봐도 10개가 넘는 기업이 다양한 보툴리눔톡신 제품에 대한 허가를 획득하면서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앨러간을 포함한 일부 기업이 과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많은 후발주자가 진입을 시도하는 중이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