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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2년, '빅체인지' 분명히 보여주는 5가지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2-10-13 1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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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5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시대 2년, '빅체인지' 분명히 보여주는 5가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14일 현대차그룹 회장직에 공식 취임한 이후 2년여 만에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 취임 뒤 현대차그룹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겪고 있다.

조직적 측면에서는 그룹 부회장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사업적 측면에서는 이전에 현대차그룹에서 볼 수 없었던 인수합병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정 회장 체제에서 다시 한번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 시대를 또렷이 보여주는 5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 그룹 부회장 사라지고 ‘순혈주의’ 타파에 속도 더해져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그룹 조직이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정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시절 때부터 추진한 조직 개편과 외부인사 영입 덕분으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정 회장은 취임 뒤 부회장직을 사실상 없애 직할체제를 강화하면서 외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12월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윤여철 당시 현대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그룹 내 부회장은 총수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1명 만 남게 됐다.

정 회장으로서는 사실상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모두 없애면서 친정체제를 완성한 셈이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수는 정 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기 전인 2017년 말 9명에서 4년 사이 1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은 만 61세인 1999년에 현대차 회장에 올라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했는데 이후 전문경영인 부회장을 늘려왔다.

실제로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한 곳만 보더라도 부회장이 2000년 말 1명에서 2010년 8명까지 늘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봤을 때는 2010년 부회장이 14명에 이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들의 빈자리를 젊은 기술 관련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채우면서 순혈주의를 타파해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연말 정기임원인사에서는 203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사상 최대 규모 인사를 시행했다. 이 가운데 40대 비율은 33%, 연구개발(R&D)부문은 37%에 이르렀다. 젊은 연구원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이후 임원급 인사 약 18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정 회장 체제의 사실상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수석부회장시절부터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셈이다.

특히 이전 10년 동안 단 6명이 영입된 것과 비교하면 4년 동안 외부 영입 경영진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2018년엔 BMW 출신의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본부장 부사장, 2019년엔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사장, 2020년에는 마틴 자일링어 상용개발담당 부사장과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부사장, 2021년에는 제네시스 최고브랜드책임자로 그레이엄 러셀 상무 등이 영입됐다. 

국내기업에선 KT 출신 윤경림 부사장과 김지윤 상무, 네이버 출신 김정희 상무,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진은숙 부사장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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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8년 신차 코나 설명회에 청바지를 입고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
◆ 청바지 입고 임직원과 직접 소통하며 군대식 문화 벗어나

정의선 회장은 이해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현대차 조직문화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은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이 된 이후 2019년 처음 열렸다.

타운홀미팅은 그룹의 미래 계획, 조직 문화 등에 대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말한다.

그룹 수장이 직접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뿐 아니라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을 맡았을 당시인 2018년 9월 이후부터 ‘젊은’ 조직 문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

사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까지지 보수적이고 경직된, 이른바 군대식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근무 복장 자율화를 위해 본인 스스로 청바지를 입고 행사에 등장하면서 파격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복장을 자유롭게 바꾸고 직급 체계를 단순화 하면서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는데 힘을 실었다.

이뿐 아니라 채용에 있어서도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상시채용 시스템을 도입해 필요한 인재를 적시 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정 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도 직접 발표자로 나와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올해 1월에 열린 CES에서는 국내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해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가운데 하나인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입니다”고 말하며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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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월 CES에 로봇개 스팟과 함께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현대차>
◆ '인수합병에 진심' 정의선, 로봇개 끌고 발표장에 나타나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차그룹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는 기업 M&A(인수합병)가 꼽힌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시절부터 현대차그룹은 다른 사업 분야에 진출할 때 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을 지어 사업에 뛰어드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면서 부동산을 사들이는데도 대규모 자산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정 회장 체제 출범 이전 현대차그룹의 과거 10년 동안 가장 큰 투자는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인수거래로 10조5500억 원 규모였다.

하지만 정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기업 M&A를 추진하고 스타트업 등에 투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모두 9963억 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10년 간 진행했던 투자 가운데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인수 다음으로 큰 규모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 ‘스팟’ 등을 개발하며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 회장이 얼마나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앱티브와 2020년 조인트벤처(JV) ‘모셔널’을 설립한 것도 주목할 만한 투자 행보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주력계열사들은 모셔널 설립을 위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2천억 원)를 출자했다.

올해도 현재 송창현 현대차그룹 TaaS본부장 사장이 대표로 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의 지분 79.64%를 약 4500억 원에 인수했다.

정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에 잇달아 굵직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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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4월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4월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올해의 비저너리 부문)’로 선정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 세계 '올해의 차' 석권, '패스트팔로우'에서 '퍼스트무버'로

정 회장 체제 출범 뒤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퍼스트무버(선구자)’로 발돋움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가 세계 3대 자동차상 가운데 2곳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만 해도 현대차그룹 브랜드 이미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 시대에는 전기차 기술력으로 브랜드 가치까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 변화는 판매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각 완성차 회사 브랜드 판매량 집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모두 329만9천 대를 팔아 토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량 3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수년 동안 5위에 머무르던 현대차그룹 글러볼 판매량 순위가 2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 등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3위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인 만큼 그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장에 취임했던 1999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세계 10위 규모였다.

특히나 현대차그룹의 주요 시장인 미국 전기차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테슬라에 이어 시장점유율 기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시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패스트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정 회장이 제시한 ‘퍼스트무버’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는 올해 실적에서도 이런 판매량을 뒷받침 하듯이 역대 최초로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0조232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53.1%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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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2021년 3월 온라인으로 직원들의 사전 질문에 직접 답하며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과 기업문화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현대차그룹>
◆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 축 옮겨

정의선 회장은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을 새 먹거리로 보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내연기관에 치중됐던 그룹 사업을 전기차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확장하면서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꼽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연구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을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로 이동하면서 연구역량을 한 데 모으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현대오토에버와 합병하면서 3개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한 데 모으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미래차 비전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 비전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업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란 구입 이후에도 성능과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무선 소프트웨어(OTA) 업데이트 기능이 적용되면 고객이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법규에 맞춰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 사업도 추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에 분류됐지만 이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FoD) 서비스를 내년 일부 차종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2030년까지 18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위에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하고 그 적용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 체제로 기업의 구조를 전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기업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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