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20일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한 고객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ING생명은 자살한 고객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청구를 받은 계약건수 574건, 전체 청구금액 837억 원(이자 포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기간인 2년이 지난 계약 건수는 451건, 청구금액은 688억 원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14곳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ING생명은 자살한 고객에게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행정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고객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회사에서 책임을 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고객의 권익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ING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은 자살한 고객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약관을 명시한 보험상품을 2010년 1월 표준약관을 바꾸기 전까지 판매했다.

생명보험사들은 그 뒤 자살한 고객에 대해 주계약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재해특약에서 보장한 재해사망보험금은 내주지 않았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적으로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규모로 지급된다.

대법원은 5월12일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자살한 고객에게 보험상품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융감독원도 5월23일 생명보험사들에게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약속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는 제재하기로 했다.

ING생명 외에 삼성생명(607억 원), 한화생명(97억 원), 교보생명(265억 원)을 비롯한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관련된 대법원의 법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는데 ING생명이 금감원의 압박에 백기를 먼저 들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문제에 관해 금감원의 제재대상에 놓일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매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대법원의 법적 판단 이전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검토 중이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한생명(99억 원), 메트라이프생명(79억 원), DGB생명(3억700만 원) 등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