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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위기 고조, 한국은 '식량안보 핵심' 쌀 가격 폭락 대책도 논쟁 중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9-22 16: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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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위기 고조, 한국은 '식량안보 핵심' 쌀 가격 폭락 대책도 논쟁 중
▲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를 향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식량 안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주식인 쌀의 가격 안정 문제부터 해법을 찾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사진은 21일 충남 보령시 주포면의 한 논에서 농민들이 정부를 향해 쌀값 폭락 대책을 마련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식량 안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주식인 쌀의 가격 안정 문제부터 해법을 찾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식량 문제와 관련해 생명을 구하기 위한 29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에서는 많으면 1억9300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 1년 사이에 4천만 명이 늘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를 덮치고 있는 식량 위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전쟁의 영향으로 두 나라의 밀 생산은 물론 수출입 등 유통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서방과 에너지, 식량 등 자원의 수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흑해를 봉쇄해 '유럽의 곡창'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밀, 옥수수 등 수출을 봉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세계 밀 수출량 1위, 5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두 나라의 밀 수출량 합계는 전 세계 밀 교역량의 28%에 이른다.

게다가 밀은 세계 인구의 35%가 주식으로 삼는 중요한 식량 작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의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 수출을 명백히 허용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식량 위기의 책임을 자국에 부과된 제재에 돌리려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식량 불안정을 악화시키는 건 러시아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올해 세계 각지에 발생한 이상기후 역시 농작물 수확량에 큰 타격을 줬다.

특히 유럽 전역에서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재앙적 폭염에 밀을 비롯해 올리브, 토마토 등 주요 식량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 역시 불안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2021년 기준 식량안보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은 32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서는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한국은 쌀을 제외하고는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다.

쌀, 콩, 옥수수, 밀 등 4대 곡물의 최근 5년 자급률을 보면 쌀을 제외하고 0.5~9.4% 수준에 불과하다. 쌀은 92~105% 정도다.

쌀의 안정적 공급마저 유지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식량 안보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성이 높은 쌀 수급 문제를 놓고 올해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반적인 국내 쌀 소비량 감소와 풍년이 맞물리면서 올해 쌀 가격은 45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다. 9월15일 기준으로 쌀값은 20kg에 4만725원으로 전년 동기의 5만4228원 보다 24.9% 하락했다.

현재 국내 경제가 가파른 물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쌀값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쌀 농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농민들은 다 수확한 벼를 갈아 엎으며 정부를 향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쌀값 문제의 해법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법안소위원회에서 처리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전원 기권할 정도로 완강히 반대했다. 소비자의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쌀 산업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7대 입법 가운데 하나로 농민 보호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꼽고 있어 앞으로도 이를 놓고 여야 사이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 농업정책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쌀값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구매나 시장 보호 조치 등 일차원적 지원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최근 가루쌀(분질미)의 재배 확대로 농지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밀 수요를 대체하는 방법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가루쌀이 일반 쌀과 달리 밀처럼 가루 형태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량된 품종인 만큼 기존 농지에서 벼와 같은 방식으로 재배하면서 자급률 0.8% 수준에 불과한 밀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식량안보, 식량주권 차원에서 우량농지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공용쌀인 가루쌀을 재배를 늘리면 벼농사는 그대로 하면서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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