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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 조합 '시공사 모시기' 총력전, 부동산시장 변화로 갑을관계 변화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2-09-15 11: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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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시정비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시공사들이 건설자재값 상승과 주택경기 하강에 사업성이 높은 곳에만 선별수주를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조합은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 선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도시정비 조합 '시공사 모시기' 총력전, 부동산시장 변화로 갑을관계 변화
▲ 도시정비 조합과 시행사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를 올려 세 번째 시공사 선정에 도전한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48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세 번째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은 10월24일이다. 

조합은 1차 공고에서 공사비로 3.3㎡당 525만 원 수준인 1051억 원가량을 책정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현장설명회에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올해 1월 입찰 결과는 무응찰이었다. 

이에 조합은 2차 공고에서 공사비를 1261억 원 가량(3.3㎡당 630만 원)으로 올렸다. 지난 5월 열린 2차 설명회에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DL건설, 동부건설, 남광토건, 대방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6월 마감된 두 번째 입찰에서도 참여 시공사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이번에 공사비를 1440억 원으로 책정하는 초강수를 두며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1년 만에 공사비를 400억 원(37%)을 올려 '시공사 모시기'에 나선 셈이다. 

공사비를 올리며 시공사 모시기에 나선 곳은 이 사업장뿐만 아니다. 경기 공공재개발 사업의 대어로 꼽히는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진1구역(5571세대)과 신흥1구역(4183세대) 모두 건설사들이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두 사업장 모두 공사비를 3.3㎡당 495만 원에서 51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수진1구역은 대우건설이 주간사로 현대건설, 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이뤄 단독으로 참여해 시공사 선정 가능성을 높였지만 신흥1구역은 3차 입찰도 유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진1구역은 공사비에 물가변동을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넣기로 했지만 신흥1구역은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신흥1구역에 관심을 보이는 GS건설도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경기 평촌초원세경 리모델링(815세대)조합은 지난 8월31일 유찰을 겪고 시공사 선정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부천 심곡본동 562-68 가로주택정비사업(185세대)조합도 지난 1일 입찰 마감에서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아 두 번째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조합이 공사비를 올리더라도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바라본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거나 공사비와 관련한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 조합에서 시공사를 해지하는 일도 빈번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경기 하강과 함께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설자재값을 고려하면 조속한 진행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일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보고서를 통해 “주택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한편 분양경기 또한 둔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주택사업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또한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31일 발표된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살펴보면 147.90으로 집계돼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0.86% 올랐다. 

더욱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업계는 9월1일부터 가격을 15% 올렸고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H형강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국제강은 16일부터 H형강의 중소형 규격의 고시가격을 톤당 5만 원 올린 130만 원으로 고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근 톤당 기준값은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하락하며 9월 들어 89만5천 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96만2천 원과 비교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전체적 건설자재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 조합만 시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들도 브랜드 아파트를 보유한 시공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시행사들이 일반관리비를 제외하고 5~10%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맞춰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사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재정구간 4개 공구 가운데 1곳을 제외하고 유찰됐다. 

철도기술형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건설사가 제한적인 점이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 책정된 공사비로는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가철도공단은 GTX-B 재정구간 사업비를 지난 6월 2조3511억 원에서 2조5584억 원으로 2073억 원(8.8%) 올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GTX-B 재정구간 4개 공구 가운데 4공구만 한화건설 컨소시엄과 KCC건설 컨소시엄의 경쟁구도가 형성됐고 나머지 3개 공구는 단독으로 입찰을 받았다. 기술형입찰의 경우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유찰된다. 

B노선 재정구간은 서울 중심인 용산에서 상봉 사이 19.95㎞ 및 중앙선 연결구간 4.27㎞를 일컫는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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