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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희 쇼호스트(왼쪽)와 정윤정 롯데홈쇼핑 소속 쇼호스트 |
쇼호스트는 얼마나 팔아야 ‘스타 쇼호스트’ 대접을 받을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1년에 1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면 스타급 쇼핑호스트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간판 호스트였던 정윤정씨와 동지현씨가 지난해 올린 연간 판매액은 각각 2400억 원이었다. 두 회사의 1년 판매액은 국내외를 합쳐 3조 원 수준이다. 쇼호스트 한 사람이 거의 10% 정도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스타 쇼호스트들은 어떻게 이런 판매를 이뤄내는 것일까?
짧은 시간에 화술로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능력이다. 물론 상품의 기획이나 질, 구성도 중요하다. 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상식과 시장동향, 개인의 소비심리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순간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재치도 요구된다.
스타 쇼호스트 정윤정씨는 “대본이 있으면 오히려 방송이 더 불편할 것 같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떠오르는 멘트를 한다”고 말한다.
◆ 국내 1호 쇼호스트 유난희
유난희씨는 국내 최초 홈쇼핑 채널의 최초 쇼호스트였다. 대한민국 1호 쇼호스트로 살아온 지 20년이 됐다. 그의 연봉은 2002년 업계 최초로 1억 원을 돌파했다.
유씨가 처음 입사한 홈쇼핑은 1995년 삼구홈쇼핑이다. 삼구홈쇼핑은 2000년 CJ계열사로 인수돼 지금의 CJ오쇼핑이 됐다.
그가 처음부터 쇼호스트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원래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대학에서 가정관리학과를 전공하다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전공을 영문과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학생 시절부터 TV방송국 시험에 도전했지만 22차례 시험에서 떨어졌다.
유씨는 31살에 결혼을 했고 아기를 낳았다. 유부녀를 잘 뽑아주지 않는 방송사를 버리고 결혼과 나이를 따지지 않는 홈쇼핑을 선택했다.
면접에서 미국 QVC 홈쇼핑 방송에서 온 외국인 심사위원이 준 최고점수를 받았다. 미국 QVC 홈쇼핑은 홈쇼핑 종주국인 미국의 대표적 홈쇼핑회사다.
유씨는 당시 업계 최고 금액인 3천만 원의 연봉계약을 했다. 그리고 국내 최초 쇼호스트가 됐다. 당시 대기업 정규직 연봉은 1천만 원이었다.
그는 3년 만에 삼구홈쇼핑을 그만두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LG홈쇼핑으로 영입됐다. LG홈쇼핑은 지금의 GS홈쇼핑이다. LG홈쇼핑에서 패션, 보석, 명품 등을 소개하는 5~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하루 최고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3년 후 2001년 우리홈쇼핑 쇼호스트 팀장으로 영입됐다. 이때 유씨는 업계 최초로 연봉 1억 이상인 1억 3천만 원을 받았다. 그의 연봉은 화제가 됐고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홈쇼핑은 지금의 롯데홈쇼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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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희 쇼호스트 |
유씨는 우리홈쇼핑을 떠나면서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이때 유씨는 자신만의 방송방식을 연구했다. 이는 지금의 쇼호스트의 진행방식에 영향을 줬다. 그는 당시 쇼호스트들이 큰 소리로 방송을 하는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현대홈쇼핑 프리랜서 쇼호스트로 옮기면서 목소리 톤을 낮췄다.
목소리 톤을 낮추고 말하려면 내용이 풍부해야 하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에 졸립다는 평이 쏟아졌지만 시청자들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고정팬들이 생겼다.
유씨의 상품설명 방식은 신입 쇼호스트 교육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 쇼핑 호스트들의 상품설명 방식은 예전과 다르게 목소리 톤을 낮추어 설명한다.
유씨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 현대홈쇼핑에서 일하다가 2006년 GS홈쇼핑 프린래서 쇼호스트로 옮겨갔다. GS홈쇼핑에서 한 시간에 12억~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두 시간에 42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평균 10억으로 잡고 일주일에 4회를 한다고 하면 한 달에 1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고 일 년에 1500~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는 ‘GS 홈쇼핑’과의 계약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러 홈쇼핑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쇼호스트로서 돈과 명성을 얻은 만큼 잃은 것도 많다.
유씨는 최근 만성수면부족을 겪고 있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알람을 설정해 놓고 자도 신경쓰여 미리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고 밝혔다. 한 검사결과에서 그의 숙면시간이 5분도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판매실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스타 쇼호스트로서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홈쇼핑에서 일하면서 임신 기간 내내 생방송을 계속했다. 그리고 임신한 채로 1주일에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밤 방송은 새벽 2시가 되어 주로 끝났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날이 저물도록 미국의 홈쇼핑 방송이 녹화된 비디오를 수없이 반복해 시청하며 분석했다. 그가 맡은 상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꼼꼼히 공부했다. 상품 관련해서 ‘공부벌레’였다.
유씨가 스타 쇼핑호스트가 되기까지 이런 피와 땀이 섞여 있다.
◆ 1분에 1억 파는 여자 정윤정
정윤정씨는 14년 동안 활동하던 GS홈쇼핑을 관두고 지난 5월 롯데홈쇼핑으로 옮겼다.
정씨는 롯데홈쇼핑에서 이례적으로 ‘마스터’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쇼핑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이고 임원급 직책이다. 그가 롯데홈쇼핑과 맺은 연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이례적 대우를 받는 이유는 그동안 어마어마한 액수의 판매액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2002년 GS홈쇼핑에 입사한 후 스타 쇼핑호스트 반열에 올랐다.
그가 주로 판매했던 제품들은 패션과 이미용이었다. 2010년 옷과 화장품, 악세사리만 가지고 혼자 1550억 원의 판매를 올렸다. 이는 가전제품이 아니고서 홈쇼핑에서 드문 기록이다.
2011년 5월 주얼리로 1시간 최고 매출 22억 원을 달성했고 6월 원더브라를 통해 1분당 최고매출인 5300만 원의 기록을 올렸다.
정씨는 2012년 3월 전격 프리랜서 선언을 하면서 스타 쇼호스트로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
2011년 1천억 원, 2012년 1600억 원, 지난해 2천억 원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유난희씨와 함께 진행한 방송에서 패션분야 단일 프로그램으로 역대 최고인 8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기록을 남겼다.
올해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씨의 협업 브랜드인 ‘SJ WANI'판매로 분당 최고 매출인 1억 원을 기록해 ‘1분에 1억 파는 여자’라고 불리게 됐다.
이렇게 엄청난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 관점의 심리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옆집언니 콘셉트 진행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소비자 관점의 심리를 잘 대변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이런 점이 소비자의 판매욕구를 이끈다.
그는 소비자와의 동질감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민낯으로 나와 화장품 시연하고 속옷도 직접 착용해 소개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제품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설명했다. 단점도 숨기려하기보다 솔직히 말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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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정 쇼호스트 |
이를 위해서 주로 제품에 대한 회의로 방송준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방송 리포터와 달리 쇼핑호스트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제품을 정확히 알고 소개해야 한다.
정씨는 소비자 관점을 알기 위해 고객파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생활의 변화가 없으면 고객파악이 힘들다“며 ”쇼핑호스트는 철저히 연차, 나이, 생활의 연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강점은 옆집 언니처럼 편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대변해 주는 진행능력에 있다. 그의 몸은 36살의 두 아이를 둔 엄마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하고 세련됐다. 세련된 스타일이 소비자로 하여금 따라하고 싶게 만들고 신뢰를 가게 하는 것이다.
정씨의 진행방식은 친한 언니처럼 받아주면서도 꼭 말해야할 것을 짚어주는 점도 프로의 냄새를 풍긴다. 그는 입담을 인정받아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장사하려는 마인드가 없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씨가 쇼호스트로서 계속 승승장구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기적의 크림’ 사건은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그는 이 일로 방송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미국 마리오바데스쿠사가 제조한 화장품을 판매했다. 이 제품은 6회의 방송을 통해 3만 4575세트가 판매됐다. 그러나 일부제품에서 스테로이드가 검출되면서 판매중지와 회수명령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 여파로 고정방송인 GS홈쇼핑의 대표 패션 프로그램에도 불참했다.
소비자들은 '거짓방송'을 했다며 비난했다. GS홈쇼핑은 구매고객 전원에게 리콜을 시행하고 치료비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완판기록은 계속 이어갔다. 정씨는 이 사건이 끝나고 얼마 안돼 GS홈쇼핑과 계약을 마무리하고 롯데홈쇼핑으로 옮겨왔다.
정씨는 6월27일 롯데홈쇼핑에서 처음 시작한 방송에서 130분 동안 주문액 26억 원을 달성했다. 이 판매를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0분 정도였다. 그의 프로그램은 ‘정윤정 쇼 렛잇고’다.
이날 방송에서 제일 먼저 선보인 가방은 20분만에 준비한 수량 400개가 매진됐다. 이어 판매된 목걸이도 총 6천 개가 팔렸다. 곧이어 판매한 가방은 상품설명을 시작도 안했는데 300개가 6분 만에 매진됐다. 역시 뒤이은 선글라스도 8분 만에 매진됐다.
정씨의 팬카페 회원은 2011년 8천 명에서 현재 5만5천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