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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사망자 63만 명' 말라리아 정복 시작됐다, 30년 연구개발로 난제 해결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2-08-18 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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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사망자 63만 명' 말라리아 정복 시작됐다, 30년 연구개발로 난제 해결
▲ GSK가 개발한 말라리아 백신이 아프리카 등 고위험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접종에 들어간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비즈니스포스트] 인류 의학사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부분은 전염병과의 싸움이다. 

호환(호랑이에게 당하는 화)과 함께 가장 무서운 재난으로 꼽히던 천연두는 완전히 사라졌다. 중세시대 유럽 인구 3분의 1을 절멸시킨 흑사병은 현재 피해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제는 말라리아 차례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린(GSK)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말라리아 백신이 국제기구 주도로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 발생지에 투입된다. 매해 무수한 사망자를 낳는 질병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SK는 최근 유니세프와 말라리아 백신 ‘모스퀴릭스(RTS,S)’에 대해 1억7천만 달러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3년 동안 1800만 도즈(1회 접종분)를 공급하기로 했다.

모스퀴릭스는 대부분 아프리카에 공급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말라리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말라리아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라 불리는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발열과 두통, 빈혈 등 여러 증상을 겪다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가운데 가장 치명률이 높다.

위험한 질병, 해충이 창궐하기 쉬운 환경, 빈약한 보건 인프라의 결합이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지는지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말라리아 감염 건수는 2억4100만 건, 사망자는 62만7천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감염 사례의 95%, 사망자의 96%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사망자의 80%가 5세 미만 어린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그동안 살충제 처리된 모기장(ITN), 살충제 살포, 항말라리아제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말라리아 확산을 막아 왔다. 그러나 모기장은 배포에 한계가 있고 외부 활동에 따른 감염을 막아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살충제와 항말라리아제의 경우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모기 및 말라리아 원충이 등장하고 있어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말라리아 감염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중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백신이 실제로 개발돼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GSK는 1980년대부터 말라리아 백신 연구를 시작했고 2015년이 돼서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모스퀴릭스의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에서 추가로 대규모 시범 접종사업을 거쳤다. 2019년부터 약 3년 동안 케냐, 가나, 말라위 등 3개 국가에서 어린이 100만 명에게 백신 300만 도즈를 접종해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접종사업을 근거로 지난해 10월 고위험 지역에서의 모스퀴릭스 접종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질 길이 열린 것이다. 

백신 개발이 이처럼 오래 걸린 이유는 말라리아 원충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계가 복잡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감염 과정을 자세히 보면 말라리아 원충의 첫 단계인 포자소체는 모기가 사람을 물 때 혈액으로 주입돼 간으로 들어간다. 포자소체는 간에서 증식해 분열소체가 되어 잠복하다가 일정 기간 후 터져나와 적혈구를 감염시키면서 다시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가 파괴되며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증식한 분열소체 일부는 생식세포로 변한 뒤 모기가 물 때 모기에게로 돌아가 포자소체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이 계속 되풀이되며 말라리아가 퍼진다.

통상 백신은 약화한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이끌어내거나 면역체계가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을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모기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잦은 변화를 거친다. 그 때문에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약화한 원충을 배양하고 주입하는 일은 난이도가 높았다. 면역에 가장 효과적인 표적 단백질을 파악하는 것도 난제였다. 

GSK 연구진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말라리아 원충의 인체 감염 첫 단계를 방어하는 백신을 설계했다. 원충 포자소체에 있는 단백질을 운반체인 B형 간염 항원에 혼합하는 방식으로 면역체계가 포자소체의 간 간염을 차단하도록 유도했다. 면역반응을 강화하기 위한 면역증강제도 곁들였다. 이렇게 세계 첫 말라리아 백신이자 세계 첫 기생충 백신이 탄생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까지는 강산이 3번은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 걸렸다.

다만 모스퀴릭스 개발 자체가 말라리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스퀴릭스의 예방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모스퀴릭스는 모두 4회 접종이 필요한데 접종을 모두 마쳐도 중증 말라리아로 인한 입원을 30% 줄이는 데 그쳤다.

항말라리아제와 함께 투여하면 중증 말라리아 발병을 70% 감소시킬 수 있지만 완벽한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백신 생산량도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말라리아를 예방할 검증된 수단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세계보건기구는 모스퀴릭스 접종 권고를 발표하면서 “아프리카 시범 접종에 참여한 3개 국가에서 모기장의 보호를 받지 않는 어린이 중 3분의 2 이상이 모스퀴릭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체계를 정비하면 90% 이상의 어린이가 살충제 처리된 모기장 또는 말라리아 백신 등 최소 1가지 이상의 예방수단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까지 말라리아 발병 건수와 사망률을 각각 90% 이상 줄이고 최소 35개 국가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개발된 말라리아 백신이 이런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GSK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젬백스가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1상을 마치는 등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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