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2-08-10 14: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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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에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라 배터리3사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원재료와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게 됐다.
▲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통과를 앞두고 원재료와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지만 배터리3사는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은 12일 전후 표결을 통해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영향을 놓고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 관련 세부 정보들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배터리업계는 면밀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중국 배제, 원재료 다변화 등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완화법과 관련해 배터리3사의 실적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배터리3사 모두 미국을 포함한 북미 현지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고 있거나 관련 투자계획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르면 전기차 신차 구매자들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기존에 있던 완성차업체별 연간 판매 20만 대 제한도 사라지면서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만 연간 220GWh(기가와트시) 이상, SK온은 연간 150GWh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지 공장이 완공되면 두 회사 모두 북미 지역이 전체 생산능력 가운데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삼성SDI도 올해 스텔란티스와 합작을 통한 연산 40GWh 규모의 배터리공장 건설계획을 확정하며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사용량점유율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국내 배터리3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직접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어려워 국내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배터리3사로서는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라 원재료와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전기차 구매자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구매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리튬, 니켈, 코발트)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한다.
또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소재(양극재, 음극재 등)가 절반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도 적용된다. 이 핵심 조건들은 2024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을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인데 배터리 원재료와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기업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구체적으로 원재료 가운데 리튬, 흑연 등은 중국산 의존도가 70% 안팎이고 배터리3사의 주력인 니켈 기반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소재인 전구체는 90%에 이른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공급망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골치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 전반에서 곧바로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다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원재료와 소재의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3사는 중국을 제외한 미국 및 미국 우호국가 지역으로 원재료 및 소재 조달처를 찾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수요 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며 배터리3사에는 안정적 원재료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배터리3사는 미국과 호주, 중국 지역의 기업들과 원재료 장기공급 계약, 지분인수,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원재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지역에서 생산하거나 가공하는 원재료 물량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배터리시장으로 공급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소재 측면에서 보면 양극재를 중심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소재기업들이 배터리기업들과 발맞춰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업체들이 중국산을 제외한 공급망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른 혜택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2차전지 산업에서 법안의 내용만 보면 미국의 우호국가에 포함된 한국 배터리 및 소재업체들에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 실효성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