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넘어 바이오베터 강자로, 램시마SC로 가능성 확인

▲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보다 우수한 '바이오베터'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의약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셀트리온 송도 연구소.

[비즈니스포스트] “바이오시밀러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술 발전으로 탄생한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 이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지시각 6일 미국 바이오전문 매체 센터포바이오시밀러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바이오베터(biobetter)는 셀트리온의 주력인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량 신약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지니는 데 그친다면 바이오베터는 효능, 안전성, 편의성 등에서 더 우월한 특성을 지닌다.

셀트리온이 2020년 유럽에 내놓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성분이름 인플릭시맙)’가 바로 대표적인 바이오베터다. 램시마SC는 오리지널 의약품 ‘래미케이드’를 포함한 인플릭시맙 제품 중 최초로 정맥주사(IV)가 아닌 피하주사(SC)제형으로 개발됐다. 

제형 확대는 바이오베터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의 개선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셀트리온이 기존에 선보였던 ‘램시마IV’ 등 정맥주사제형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정맥 투여에 2시간 이상 소요해야 했다. 반면 피하주사제형은 환자가 집에서 의약품을 보관하다가 사용 주기에 맞춰 스스로 투여하면 된다.

투약이 편리해진 약물은 의료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투여 방식이 바뀔 경우 병원 치료에 드는 시간과 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의료시스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절감된 예산은 환자 개개인을 위한 치료에 사용돼 추가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램시마SC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거둠으로써 바이오베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램시마SC는 유럽시장 출시 2년 만인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9.1%를 달성했다. 전체 램시마 제품군이 점유율 52.3%를 기록하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톡톡히 기여한 셈이다.

이는 셀트리온이 올해 상반기 매출을 대폭 개선하는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1조1467억 원을 벌어들여 역대 처음으로 반기 매출 1조 원대에 진입했다.

주목할 점은 램시마SC가 성장할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진출이 2023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유럽처럼 이미 램시마IV가 출시돼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 램시마SC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의료진은 빠른 약물효과를 보기 위해 램시마IV를 먼저 환자에게 투여한 후 체내 약물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단으로 램시마SC 자가 주사를 처방할 수 있다.

램시마SC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만큼 셀트리온의 후속 바이오베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항체약물접합(ADC)기술을 기반으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이름 트라스트주맙)’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항체약물접합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선별하는 항체에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혁신 치료법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게 셀트리온의 목표다”며 “바이오시밀러 및 바이오베터 분야 발전에 힘쓰고 있고 향후 후보물질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바이오베터 개발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바이오협회가 7월 발간한 ‘바이오베터 기술 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베터는 개량 신약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보다 광범위한 임상을 거쳐야 해 개발 비용은 더 높다. 하지만 임상적 이점과 특허 및 데이터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어 제품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현재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시장 진입에 머물러 있다”며 “그러나 바이오베터 임상에서 장애물을 극복하고 환자의 치료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바이오시밀러와 경쟁관계 속에서 틈새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