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시대가 온다] 고유가에 정유기업 수혜 언제까지? 탈정유로 미래 준비

▲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유가에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국내 정유4사가 '탈정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유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

다만 고유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와 관련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어 큰 실적 변동폭에 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4사는 석유화학, 친환경사업으로의 '탈정유' 기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향후 국제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관해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올해 3월 초 2008년 뒤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뒤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7월29일 유가는 배럴당 98.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고유가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근거로 꼽힌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산업 단기 시황은 경기 전망이나 지정학적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족한 공급환경”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재고는 부족했고 추가 생산능력도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 가능성은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공급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정유산업은 선방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또 주요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줄인다면 국제유가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7월 초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제재(가격상한제 도입)에 맞서는 차원에서 원유 감산을 추진한다면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가 하루 석유 생산량을 380만 배럴 줄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90달러로, 500만 배럴을 줄이면 배럴당 최대 380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유로 국제유가 하락을 예상하는 시선도 많다.

씨티그룹은 7월 초 세계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이상 역성장하는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40%에 이르고 이에 이에 따른 원유 수요둔화에 국제유가가 65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3월 초 130달러를 넘어선 뒤 다시 100달러 안팎으로 하락한 이유 역시 글로벌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6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인상을 재차 시행했다.

또 미국의 2분기 연율 기준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9%로 집계됐는데 이는 1분기 –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신임 사무총장은 1일 중동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석유 시장 상태는 매우 변화가 크고 불안정한 상태”라며 “석유를 추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있지만 여전히 유가를 구체적으로 내다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유4사는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높은 변동가능성에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까지 잠정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2분기 영업이익 2조3292억 원), 에쓰오일(영업이익 1조7220억 원), 현대오일뱅크(1조3703억 원)는 모두 2분기 창사 이래 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새로 썼다. GS칼텍스 역시 역대급 실적을 낼 것이라는 추정이 많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 폭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와 비교해 절반 아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유사업을 놓고 ‘더 좋아지기는 어려운 불안한 호황’ 상태라고 평가하며 정제마진 역시 호황을 지나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유4사는 이에 실적변동이 큰 정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난 ‘탈정유’로의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사업을 확장하는 데 투자할 여력이 커졌다는 장점도 있다.

우선 석유화학사업으로의 확장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사업구조 상 유가가 높아질수록 이익이 커지는 정유사업과 반대로 낮은 유가가 지속될수록 석유화학사업은 이익이 커지는 특성을 지닌다.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균형 있게 갖춘다면 실적 안정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에쓰오일은 202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7조 원 규모를 투자하는 2차 대규모 석유화학시설 건설 계획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샤힌프로젝트는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중질유 분해설비(HPC)를 통해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대규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말부터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 가동을 시작했다.

정유4사는 석유화학을 넘어 다양한 친환경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투자할 30조 원을 친환경 관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세계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터리사업(SK온)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에쓰오일은 수소의 생산과 유통, 판매에 이르는 수소산업 전반의 사업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회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한국-사우디 합작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인 에프씨아이와 협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3대 친환경사업으로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재활용(재처리), 블루수소사업을 꼽고 내년 본격적으로 바이오디젤과 열분해유를 생산한다.

GS칼텍스는 수소 분야에서 액화수소 플랜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9년 정유4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을 시작해 2021년 기준 전국 주유소 77개에서 초급속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당분간 원유 시장 내 수급과 유가 수준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전반에 중대한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석유화학, 배터리,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로 정유사들의 사업 다각화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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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시대'의 파도가 밀려온다. 경기후퇴 가능성과 맞물려 3고 현상이 쓰나미로 커져 자칫 한국경제를 휩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유가가 촉발한 원자재가격 상승은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고금리는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망설이게 만들고 고환율은 증시를 휘청이게 한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우선 3고의 파도를 넘고 미래를 위한 대비도 해야 한다. 가계도 위기에 놓이긴 마찬가지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자산을 불리기는커녕 하우스푸어가 되거나 깡통 주식계좌를 떠안기 십상이다.

지나가는 세 사람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다. 여러 기업들의 상황과 대응을 살펴 3고 시대 생존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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