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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멸종 위기종? 기후 위기에 위협받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8-02 16: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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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멸종 위기종? 기후 위기에 위협받는 '커피 한 잔의 여유'
▲ 기후위기가 ‘커피 한 잔의 여유’마저 빼앗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커피 원두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커피 재배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 관계자들이 시험 시설 재배 중인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위기가 ‘커피 한 잔의 여유’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커피 원두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커피 재배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일 투자정보매체인 인베스팅닷컴을 보면 미국 국제상업거래소(ICE)에서 커피 C 선물(futures)은 1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1파운드(0.45kg)당 212.98센트에 거래됐다.

커피 C 선물 가격은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의 기준으로 최근 급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 1파운드당 120센트대였으나 올해 2월에는 1파운드당 260.45센트까지 올라 1년 만에 2배로 뛰었을 정도다.

7월 말에는 1파운드당 210센트대까지 떨어지면서 다소 진정됐으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70% 이상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어진 급격한 커피 원두 가격의 상승은 기후변화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결과다.

커피는 재배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작물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표적 품종인 아라비카 커피는 해발 1천~2천 미터의 고산지대, 연평균 23도의 기온, 연간 2200~24000시간의 일조량, 60%대의 습도 등의 조건이 두루 충족돼야 한다.

커피 재배를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중서부 아프리카 등 제한된 지역에서만 커피 원두 생산이 이뤄진다.

그나마도 브라질, 베트남 등 몇몇 국가 의존도가 크다.

국제커피기구(ICO)가 2021년 10월에 발표한 2020년 커피 생산량 통계를 보면 국가별 커피 원두 생산 비중은 전체 생산량 1억6960만 포대(1포대는 60Kg) 가운데 브라질이 37.5%, 베트남이 17.1%, 콜롬비아 8.4%, 인도네시아 7.1% 등이다. 상위 2개 나라가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2021년부터 가뭄과 100년 만의 냉해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졌다. 브라질 커피산업협회는 지난해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이 2020년보다 22.6%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역시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는 올해 5월 베트남의 농림수산 분야 동향을 전하면서 “베트남은 세계 5대 기후변화 피해국 가운데 하나”라며 “베트남 서부 고원 지역의 커피생산은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가뭄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 생산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로만 그뤼터 교수 연구팀이 올해 1월 과학저널 ‘플러스원’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구상에 커피 재배 적합지역은 2050년까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주기후학회에서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2080년에 사실상 커피가 멸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영국 왕립식물원 역시 2019년에 “현재 야생에 존재하는 커피 종 가운데 최소 60%가 멸종 위기”라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내놓기도 했다.

커피의 생산량 감소와 멸종 위기는 이제 더는 해외토픽을 통해 전해지는 외국 어느 대학의 연구 결과나 막연히 먼 미래에 벌어질 일이 아니다.

커피가 맞닥뜨린 위기는 당장 우리 지갑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원두 가격 상승에 발맞춰 스타벅스 등 주요 커피전문점들은 커피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특히 커피빈은 올해 들어서만 2월에 이어 3개월 만인 5월에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5천 원까지 올렸다.

커피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커피플레이션(coffeef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기후 위기가 우리의 일상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커피 한 잔의 ‘사치’로 바꿔가고 있는 셈이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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