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내 권력 3위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회 의장의 남편이 미국 상원의 ‘반도체 지원법’ 표결을 앞두고 미국 1등 반도체기업(시가총액 기준)인 엔비디아에 최대 500만 달러(66억 원)를 베팅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의회의 내부정보를 활용해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저가매수에 들어간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권력서열 3위 남편 '반도체법' 통과에 베팅, 삼성전자 기대감 상승

▲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회 의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법안 통과를 가정하고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분위기 반전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르면 19일 미국 상원에서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위한 첫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회 원내대표는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회사에 보조금과 세금 공제, 기타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만을 담은 축소된 반도체 지원법안을 두고 이르면 19일 첫 표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의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40%를 세재혜택으로 돌려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반도체 지원법을 포함한 미국혁신경쟁법(USICA) 통과를 논의했으나 세부 내용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 견해차가 커 최종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완전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회가 8월 휴회에 들어가 법안이 완전 폐기되기 전에 당장 시급한 520억 달러 보조금 부분만이라도 따로 떼어 통과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당과 공화당도 반도체산업의 지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만큼 보조금 부문만 합의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움직임도 반도체 지원법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14일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남편인 폴 펠로시는 올해 6월17일 콜옵션을 포함한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폴 펠로시가 매수한 주식 및 콜옵션의 가치는 최대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펠로시 의장으로부터 7월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정보를 들은 폴 펠로시가 엔비디아를 저가매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업체로 미국 반도체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크다.

미국 소비자보호단체인 퍼블릭시티즌의 로비스트 크레이그 홀먼은 “폴 펠로시가 내부 입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망령을 불러일으킨다”며 “폴의 거래 활동을 독점적으로 감시하는 주식 거래 앱이 있고 폴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폴 펠로시의 주식 선택은 상당히 적중률이 높아서 트위터, 레딧, 유튜브, 틱톡을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종목이 바뀔 때마다 거론될 만큼 유명하고 올해 초에는 구글에 ‘펠로시 주식 거래’를 검색하는 횟수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 권력서열 3위 남편 '반도체법' 통과에 베팅, 삼성전자 기대감 상승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생산공장.

펠로시의 과감한 베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미국은 반도체산업 지원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생산 점유율은 1990년 40%에서 2020년 12%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자국 내 생산비중이 너무 낮아 언제든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 정부지원이 없다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공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지 확보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이 아닌 아시아 등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옮기면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매우 공격적으로 반도체 지원법을 마련하고 있으며 반도체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준비가 됐다”며 “미국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설비투자가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지원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반도체기업에 520억 달러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만 확정되더라도 삼성전자는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반도체 지원법 통과가 지연되자 6월에 예정된 착공식도 미루면서 기다려왔다.

미국의 리쇼어링(생산공장의 자국 복귀) 움직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도 미국에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보조금 지원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수익성 등의 문제로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정치적 논쟁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회복하려는 초당적인 노력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520억 달러의 보조금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